국세청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를 확대했다. 국세청은 1월15일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를 개통하고 1월14일까지 ‘간소화자료 일괄제공서비스’를 신청 받는다. 20일부터는 연말정산 대상 근로자 명단을 홈택스에 등록한 회사를 대상으로 ‘간소화자료 일괄서비스’를 하고 있다. 특히 간소화 서비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속하여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 카카오톡, 통신사PASS, 삼성패스, 국민은행, 페이코, 네이버, 신한은행 인증에서 토스, 하나은행, 농협, 뱅크샐러드 등 간편인증(민간인증서)을 추가 도입했다.

이번 연말정산 간소화에는 서비스 이용 편의를 위해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회원가입 없이 비회원도접속 가능하게 했다. 접속 방식에 휴대전화・신용카드 본인인증을 제공한 것은 시대상을 반영한 현상이겠지만 국세청이 한건 올린 것으로 평가받을만하다.

국세청이 직접 증빙서류를 수집해 제공하는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 대상이 작년 11종에서 올해 4종이 추가됐다. 이제 근로자들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신용카드, 직불카드, 현금영수증, 개인연금저축 및 연금계좌, 주택자금, 월세액, 주택마련저축, 장기집합투자증권저축 및 벤처기업투자신탁, 소기업·소상공인 공제부금, 기부금, 장애인증명서 등에 대해서는 국세청에서 제공한 자료를 검토하고 추가할 자료만 보강하면 된다. 그만큼 연말정산에 들어가는 수고와 공임이 절약된다. 국세청이 납세편의를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지 이정표를 보는 것 같아 시원함을 느끼며 박수를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정산은 어렵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13월의 월급’이니 ‘특별보너스’니 하면서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연말정산의 스트레스는 남들보다 적게 받을까 상대적 불공평에 대한 두려움, 기한 내에 증빙을 갖추지 못할까 조바심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연말정산을 진행하면서 △증빙서류를 확인 못하면 어떡하나 △나의 지출이 공제항목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공제요건과 공제금액 등 구체적인 세법규정들이 너무 난해한 등의 이유로 머리가 아프다. 국세청의 상담사례에서도 보듯이 매년 담당업무를 해오고 있는 회사의 직원이나 세무사사무실 직원들조차도 법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세청이 홈택스를 통해 간편하고 쉽게 연말정산을 하도록 도와 준다지만 머리가 아프긴 원천징수의무자나 근로자나 매 한가지다.

연말정산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의 소득세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소득세법이 복잡해진 원인은 많겠으나 정책적 목적이 지속적으로 추가되면서 누더기가 된 느낌이다. 특히 세액공제의 대부분이 정책적 목적에 의해 도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근로소득 세액공제, 자녀세액공제, 연금계좌세액공제, 특별세액공제(장애인, 보험료)등은 폐지해도 크게 여향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근로소득자의 경우 기초생활비와 근로제공에 필요한 비용만 제외하고 과표를 산정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간단히 말해서 근로소득자는 의식주에 필요한 비용에 의료와 교육 그리고 부양가족 및 장애인 공제 정도만 추가하면 연말정산은 한결 쉬워질 것이다. 근로소득에서 근로소득공제, 부양가족공제, 장애인공제, 교육비공제, 임대료공제(자가 금융비용 포함), 의료비공제정도만 인정하고 과표를 산정해도 세율체계만 수정해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현행 소득세법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례를 하나만 보자. 소득세법 제59조의4(특별세액공제) ① 근로소득이 있는 거주자(일용근로자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가 해당 과세기간에 만기에 환급되는 금액이 납입보험료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보험의 보험계약에 따라 지급하는 다음 각 호의 보험료를 지급한 경우 그 금액의 100분의 12(제1호의 경우에는 100분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해당 과세기간의 종합소득산출세액에서 공제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보험료별로 그 합계액이 각각 연 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하는 금액은 각각 없는 것으로 한다. <개정 2015. 5. 13.>

1. 기본공제대상자 중 장애인을 피보험자 또는 수익자로 하는 장애인전용보험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인전용보장성보험료 2. 기본공제대상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험료(제1호에 따른 장애인전용보장성보험료는 제외한다)

소득세법시행령 제118조의4(보험료세액공제) ① 법 제59조의4제1항제1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인전용보장성보험료”란 제2항 각 호에 해당하는 보험ㆍ공제로서 보험ㆍ공제 계약 또는 보험료ㆍ공제료 납입영수증에 장애인전용 보험ㆍ공제로 표시된 보험ㆍ공제의 보험료ㆍ공제료를 말한다.“ ② 법 제59조의4제1항제2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험료”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보험ㆍ보증ㆍ공제의 보험료ㆍ보증료ㆍ공제료 중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개정 2018. 2. 13.>

1. 생명보험 2. 상해보험 3. 화재ㆍ도난이나 그 밖의 손해를 담보하는 가계에 관한 손해보험 4. 「수산업협동조합법」, 「신용협동조합법」 또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른 공제 5. 「군인공제회법」, 「한국교직원공제회법」, 「대한지방행정공제회법」, 「경찰공제회법」 및 「대한소방공제회법」에 따른 공제 6. 주택 임차보증금의 반환을 보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ㆍ보증. 다만, 보증대상 임차보증금이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본조신설 2014. 2. 21.]

이 조문들을 아무리 읽어봐도 소득세법의 규정을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시행령은 더 어렵다. 보험료를 어떻게 산정하는지 얼마나 감면받을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어찌 연말정산이 즐거울 수 있겠나?

지금처럼 각종 소득공제에 세액공제까지 항목이 많고 시행령에서 정한 적용기준이 제 각각인 이상 연말정산의 스트레스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 ‘쉬운 연말정산’의 공은 기획재정부로 넘어갔다. 국세청이 아무리 납세자 편의와 편리한 납세서비스를 외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소득세법이 세액공제를 없애고 각종 공제항목을 단순화하고 일률적으로 개정한다면 근로 소득자에게 연말정산 의무를 강제할 필요도 없다. 지금의 국세청 빅-데이터를 조금만 발전적으로 활용한다면 국세청에서 연말정산결과를 근로 소득자에게 제공하고 이의신청을 받는 방법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가능하다고 본다. 작금의 전산환경이라면 내국인의 금융자료, 부동산거래자료, 교육비 영수증, 의료비영수증, 신용카드사용내역 등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의 전산망만 연결돼도 국세청 빅-데이터에 활용이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보편적 가치와 상식을 강조한 바 있다. 이상한 말이나 복잡한 이론은 뭔가 의도가 있다고 한다. 세법도 이를 집행하는 세무행정도 상식선에서 접근하는 것이 최상이다. 근로소득자의 유리지갑을 알면서 미리 털어간 국세청이 많이 가져갔다면 돌려주는 것이 상식이다. 남의 것을 가져갔다면 ‘달라고 해야 주는 것’이 상식인지 ‘알아서 주는 것’이 상식 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근로자들의 연말정산을 돕기 위한 국세청의 노력이 가상하긴 하다. 그러나 ‘간단한 세법’ ‘쉬운 세법’이 먼저라는 생각에서는 국세청의 안간힘도 헛힘만 쓰는지 싶다. 국세청의 연말정산을 간소화하고 상담과 교육 등 도우미 정책들을 수없이 쏟아내도 근로소득자들은 그래도 연말정산이 어렵고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세법이 어려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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