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2017년 사이 맥주캔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 하이트진로 총수일가가 최대지분을 가진 회사에 거래 과정을 끼워 넣는 일명 ‘통행세’ 방식을 통해 수십억 원대의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재판받는 김인규 대표, 박태영 부사장 항소심이 14일 재개됐다.

지난 공판 재판부는 검찰에 이들을 공동정범 혹은 단순 교사로 처벌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밝힌 공소장 변경을 요청한 가운데 이번 공판에서는 피고인들에 항소이유 정리를 명령하고 내달 11일 이를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3 형사부(양지정, 최태영, 이훈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 ‘서영이앤티(피고인 박태영 사장 지분 58.44% 보유, 생맥주 담는 통 및 냉각기 제조)’를 직접 지원하거나 납품업체 ‘삼광글라스(맥주용 캔 납품)’를 통해 부당 지원했다는 이유로 `18년 3월 시정명령 및 과징금 107억 원을 부과했다.

당시 조사 결과를 보면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에 과장급 인력을 파견해 급여 일부를 대신 지급토록 했고, `13년 1월 삼광글라스를 통해 이들이 구매하던 캔 원재료(알루미늄 코일), 뚜껑(글라스락캡)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거래하는 일명 ‘통행세’를 지급토록 했다. 당시 서영이앤티 매출은 `07년 142억 원에서 `08~`12년 855억 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 측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김인규 대표, 박태영 사장은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다만 검찰 공소사실이 여전히 불분명하고, 공정거래법 조항에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지난 10일 신청된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는 것으로 하되 피고인들도 항소이유(주장)를 정리했으면 한다”라며 “공소기각 결정이 되기 위해서는 공소사실 자체가 죄로 성립되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처럼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했고, 재판부도 허가한 상태에서 기본적으로 피고인 전부가 고의가 없다는 주장은 유지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에 “재판부가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장(항소이유)을 더 명확하게 밝혀달라”며 “앞서 대법원판결을 살피기는 했으나 사건 진행 경과를 명확하게 알 수 없기에 판결에서 밝힌 공정거래법 제23조 관련 경위, 상고이유 등을 검토해 의견서에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 측은 “대법원에서 이야기했듯 교사로 기소되면 공정거래법 조항에 처벌규정이 없고, 검사님은 이 부분을 공동정범으로 봤기에 공소장 변경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공동정범, 교사범 논의에 앞서 직접 실행한 자 이외에는 처벌규정이 없는 것인지 등을 정리해 의견서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 측은 추가로 제출한 증거 등이 없다고 밝혔으며 다음 공판은 내달 11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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