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무마 등을 대가로 자료상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직 세무공무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법정에 출석한 관련 세무서 법인세과장이 “국세청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켜 안타깝다”며 “혐의가 사실이라면 더욱 엄중하게 처벌해주고, 사실이 아니라면 그에 맞는 현명한 판결을 해달라”고 17일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배성중)의 심리로 진행된 현직 세무공무원 신 씨와 정 씨 등에 대한 공판에는 세무공무원 신 씨 신문절차와 함께 그의 상급자였던 A세무서 송 모 법인세과장과 사무장 신 씨(1)와 금전 관계가 있던 증인 두 명이 참석해 진술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송 과장은 “이 자리에 나오는 것을 고민했는데, 신 씨가 구속되기 전에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할 때도 이야기를 들었고, 수사관들이 왔을 때도 금액 등 이야기를 들었는데, 신 씨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제가 그 말을 믿겠다고 했다”면서 “신 피고인에 대해서는 국세청에서도 징계할 것이지만,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은 사실이고 만약 (혐의가)사실이라면 더욱 엄중하게 처벌해 주시고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재판장님께서 내용을 판단해 그에 맞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이날 송 과장은 법인세과의 주요 업무, 법인사업자 등록 과정, 정리보류와 세무조사의 관계 등 국세청의 세무 행정업무에 대한 진술을 이어갔다.

송 과장은 “직권 폐업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 선정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사업을 하지 않으면 직권으로 폐업시킬 수 있지만, 세무조사는 조사사무처리 규정에 의해 별도의 계획을 세워 승인받아서 하는 것으로 직권 폐업과는 전혀 무관하다. 또한, 정리보류도 세무공무원의 재량이 아닌 매뉴얼에 따라서 하는 것으로, 정리보류를 한다고 해서 업체에 유불리가 있는 개념은 아니고 행정절차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금계산서가 과다 발행되면 사업자의 매출이 급격하게 증가해 조기경보 지침에 의해 세무서에서 현장 확인을 하게 되는데, 현장 확인에서 혐의가 발견되면 조사부서에 세무조사를 의뢰할 수는 있다”며 “조사가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한참 후의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세무공무원인 신 씨가 회계사무소 사무장인 신 씨(1)와의 카카오톡으로 업무 관련 연락을 한 내용과 관련해서는 “세무공무원이 안내문 등 일반적인 서류를 송달할 때는 납세자 본인이나 세무 대리인을 통해서 하게 되고, 일반적으로는 전화나 팩스 또는 사진을 찍어서 보낼 수도 있다”며 “일용직 신고 명단에 사망자나 외국인 등 잘못 기재된 오류가 있으면 세무공무원이 수정 신고하라고 세무 대리인에게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무공무원 신 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어졌다. 신 피고인은 `12년 B세무서 민원실에서 근무할 당시 세무서 내 반장의 소개로 사무장인 신 씨(1)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피고인이 사무장 신 씨(1)에게 받은 7150만원은 업무관련 대가성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차용한 돈이라고 설명했다. 

세무공무원인 피고인 신 씨는 “당시 신용불량으로 인해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었고, 주변 동료들과 지인들에게 돈을 많이 빌려 독촉이 심해진데다 이율이 높은 대출이 있어서 이자도 내야 했고 생활비 등으로 빌리게 됐다”고 말했다.

차용증을 따로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채권자 중 2000만원을 빌린 사람과 차용증을 작성하게 된 것을 계기로 `19년경 사무장 신 씨(1)에게 ‘우리도 차용증을 작성하자’고 제안했으나, 신 사무장이 계좌이체로 주고받고 있으니 그걸로 갈음하면 된다고 하고 ‘네가 공무원 신분에 어디 가겠냐’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용증보다 계좌이체가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업무 관련해서는 신 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조기경보 대외비 문서를 사무장 신 씨(1)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내주면서 ‘형님 이거 대외비인데 조기경보네요’ 등등을 보낸 뒤 신 사무장으로부터 1900만원을 이체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대가성이 아니라 우연히 돈을 빌리는 시기와 대화시기가 겹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피고인 신 씨는 1억원가량의 이자를 포함 총 2억8000만원 빚을 져 개인회생 절차를 밟았다. 이에 대해 “`18년~`19년이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였고 주변에 빌린 돈도 많은 데다가,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코인 투자를 했고 `19년도에는 온라인 도박게임도 했었다”며 “사무장과의 금전 거래가 공무원 신분에는 맞지 않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단순하게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면 나중에 한꺼번에 갚으면 된다고 단순히 생각했었다. 본분을 망각하고 행동한 것은 반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사무장 신 씨(1)의 명의로 중고차를 구입(취득세 등 포함 총 2800만원)한 것에 대해서는 코인 투자수익으로 구매하게 됐고, 할부금이나 과태료는 매달 금액을 갚았다고도 말했다.

또한, 신 씨는 사무장 신 씨(1)와의 업무 관계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당시(`18~`19년) 신 씨는 관할 세적지에서 문제가 되는 자료상 업체 10개 중 8개를 ‘정리보류(사실상 징수할 재산이 없어서 체납 활동을 보류시키는 것)’ 처리했고, 국세청에 체납징세과가 생기면서 업무가 이관돼 나머지 2개는 다른 담당자가 정리 보류했다.

이에 대해서는 “정리보류는 사무장 신 씨(1)가 물어봐서 대답을 해준 건 맞지만, 보통 세무 대리인이 체납이나 정리보류 여부에 관해서 물어보면 대답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며, 정리보류를 했다고 해서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 등의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조기경보 사실을 사무장 신 씨(1)에게 알린 건에 대해서도 “조기경보 처리 담당자가 처리하는 내용으로, 바로 현장에 착수해야 해서 미리 대비할 시간도 없고, 세적 담당자인 자신은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고 부정 청탁도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료상이 무혐의 처분 사실도 몰랐다고 답했다. 신 씨는 “사무장 신 씨(1)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사실도 없고, 나중에 잘못 처리한 사실이 드러나면 문책을 받기 때문에 개입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신 씨가 사무장 신 씨(1)로부터 받은 7150만원 중 5400만원은 자료상을 운영한 최 피고인으로부터 빌린 돈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고, 룸살롱에 간 사실도, 최 피고인을 만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사무장 신 씨(1)에게 기장을 맡기고 차용관계가 있던 두 명의 증인이 더 출석했다. 증인들은 신 씨(1)에게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당시 급하게 돈이 필요해 신(1)에게 부탁했고, 본인이 그만큼의 돈이 없어서 인력 사장에게 부탁해서 가능하면 빌려주겠다고 해서 돈을 빌리게 됐다”며 “그 인력 사장의 이름이 최 피고인이라는 것은 모르겠고, 인력하는 사장님이라고만 알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두 증인 모두 “차용증을 따로 작성하지는 않았었다”고 답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7월 7일에 열리며,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신문이 종결되면 결심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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