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2017년 사이 맥주캔 제조와 유통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최대지분을 가진 회사에 거래를 끼워 넣는 일명 ‘통행세’ 방식으로 일감 수십억 원을 몰아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인규 대표이사, 박태영 사장에 대한 선고기일이 열렸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하이트진로 주식회사에 벌금 1억 5000만 원, 김인규 대표이사에 징역 8개월(집행유예 1년), 박태영 사장에 징역 1년 3개월(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각각 선고했다.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는 피고 하이트진로 주식회사 대표이사 김인규 등에 대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관련 선고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일가가 보유한 ‘서영이앤티(피고인 박태영 사장 지분 58.44%, 생맥주 통 및 냉각기 제조)’를 직접 혹은 납품업체 ‘삼광글라스(맥주용 캔 납품)’를 통해 부당 지원했다는 이유로 2018년 3월 시정명령 및 과징금 107억 원을 부과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에 과장급 인력을 파견해 급여 일부를 대신 지급한다. 2013년 1월 삼광글라스를 통해 이들이 구매한 캔 원재료(알루미늄 코일), 뚜껑(글라스락캡)을 서영이앤티를 거치도록 해 통행세를 지급한 것이다. 당시 서영이앤티 매출은 2007년 142억 원에서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855억 원으로 급증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확정판결 선고 이후 김인규 대표는 혐의를 일부 인정한다. 다만 검찰 공소사실이 불분명하고, 공정거래법 조항에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시 재판부 역시 “지난 10일 신청된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되 피고인이 항소이유(주장)를 정리하길 바란다”며 “재판부가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를 더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명령했다.

이후 지난 최종변론에 나선 검찰은 “피고인 행위는 경제질서를 정면으로 위법한 것으로 위법성이 확인됐으나 반성하지 않았다”며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이사에 징역 1년, 박태영 사장에 징역 2년, 하이트진로 법인에 벌금 2억 원을 구형했다.

한편 하이트진로 측 변호인은 “반성하고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음을 다짐한다”고 밝혔으며 박태영 사장 역시 “경영자 일원으로 깊이 반성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알루미늄 코일거래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어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며 “검사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했으나 피고인들이 공모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1심 대비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김인규 대표이사, 박태영 사장 등이 자백하고 깊이 반성하는 점, 사후적으로 관련 과징금을 모두 납부하고 공정거래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하는 점, 김인규 대표이사와 박태영 사장이 초범이고 이 사건 범행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이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선고한다”며 “하이트진로 주식회사에 벌금 1억 5000만 원, 김인규 대표이사에 징역 8개월(집행유예 1년), 박태영 사장에 징역 1년 3개월(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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