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惡法)은 '나쁜 법'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법 중에서 세법은 납세자가 신뢰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대법원 판례가 지금도 적용되는 이상한 세상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악법은 선악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지키기 어려운 법 내지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은 법을 말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적용되는 대상에게 불합리한 법률이더라도 형식적으로 법의 효력을 띠고 있다면 지켜져야 한다는 의미로 법적 안정성을 대표하는 말로 유명합니다.

어떤 이는 법과 규정이 악법인지는 여부는 적용되는 대상자의 주관적 가치판단이고, 법의 제정 과정이 민주주의적 절차에 따른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면 법은 지켜져야 하고, 악법 역시 민주주의적 절차와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검토를 거치고 나서야 폐지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납세자에겐 의무를 다하도록 하고, 그 의무에 대하여 약속한 혜택은 지키지 않은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신고·납부 불성실 가산세까지 매긴 과세처분에 대하여 납세자와 과세당국 그리고 조세심판원까지 모두 악법임을 인정하면서, 대법원의 ‘납세자는 정부의 조세 책에 대한 의무를 따르되 의무에 따른 권리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판례에 따라 그 법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악법 아닐까요?

최근까지 민간임대주택법의 개정(2020.8.18.)으로 과세기준일(6.1.) 현재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단기 민간임대주택이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대상인지 여부를 따지는 조세심판원의 납세자 반복 기각 사례를 보면 “악법이지만, 지켜라”하는 일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조심-2022-중-1846(2022.05.12.), 조심-2022-서-6155(2022.11.29.) 다수 요약)

① 납세자 : 나는 정부의 정책에 믿고 납세의무를 충실하게 따랐다. 안내문 하나 보내오고 추가 세금과 신고·납부 불성실 가산세 날벼락은 뭐냐?

A씨는 2017년 2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당시 주어진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등 세제 특례 때문이었으나, A씨 의지와 상관없이 단기민간임대사업자 등록에 대한 자동 말소 조치가 취해지면서,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제외되어 2021년 11월에 추가 세금과 가산세를 더 한 종합부동산세를 부과받게 되어 납세자로서는 황당한 상황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A씨는 ‘납세의무를 신의에 따라 성실히 이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신의를 저버린 처분이고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였고, 소급과세의 금지에도 위배되는 처분으로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청구인에게 부과된 이 건 종합부동산세 부과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② 조세심판원 : 경과 규정이 없다. 악법도 법이다. 난 판단 못 한다. 대법원도 그렇다고 한다.

민간임대주택법 및 종합부동산세법의 부칙 등에서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임대사업자 등록의 자동 말소에 따른 구제에 대하여 별도의 경과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정은 나타나지 아니하고, 법률의 헌법 위반 또는 대통령령의 법률 위반 여부는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서 심리·판단하여야 할 영역이다.

③ 대법원 : 정부 정책의 합목적성이 우선이다. 앞으로도 세법과 조세정책은 절대로 믿지 마라.

조세법률관계에 있어서 신뢰 보호의 원칙과 소급 과세의 금지 원칙은 합법성의 원칙을 희생하여서라도 납세자의 신뢰를 보호함이 정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만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대법원 2013.12.26. 선고 20011두5940 판결 등 참고),

조세법의 영역에 있어서는 국가가 조세·재정정책을 탄력적·합리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이 매우 큰 만큼 조세에 관한 법규·제도는 신축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납세의무자로서는 구법 질서에 따른 신뢰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하였다든지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새로운 과세대상을 설정하거나 세율의 인상 또는 과세표준 산정 방법을 변경하는 경우 등에 있어서 납세자가 애초의 법령이 계속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적으로 보호되는 신뢰라고 보기 어렵다. (헌재 2008.9.25. 선고 2007헌바74 결정 및 서울고등법원 2020.7.3. 선고 2019누67557 판결 등, 같은 취지)

우리는 지금 세법에 따른 의무를 따르고, 정부의 조세정책을 믿고 따라도 납세자의 권리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이상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박영범 세무사 프로필]

△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 국세청 32년 근무
△ 국세청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4국 근무
△ 네이버카페 '한국절세연구소'운영
△ 국립세무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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