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정부에서 물품대금 받으려면 납세증명서 내야

납품계약을 맺은 회사가 납세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 정부가 물품 대금을 지급할 수 없으면 법원에 대금을 공탁하고 채무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국가가 A사를 상대로 낸 청구 이의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18일 확정했다.

A사는 정부와 맺은 4억원 상당의 구명조끼 납품 계약에 따른 물품 대금 채권을 2015년 3월 다른 회사로부터 넘겨받고 정부에 대금 지급을 요구했다.

정부는 납세증명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국세징수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물품대금 등을 받으려면 납세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고, 채권이 양도된 경우에는 양도인의 증명서도 함께 내야 한다.

A사는 정부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 소송을 내 2017년 1월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정부는 납세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판결금 지급을 계속 미뤘다. 이후 2020년 2월 판결금과 누적된 지연 이자를 법원에 변제공탁했다.

변제공탁이란 채무자가 빚을 갚으려 해도 채권자가 변제를 거부하거나 변제가 불가할 때 이자 발생 등 채무 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피하려 법원에 돈을 맡기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변제공탁하면서 A사가 공탁금을 수령하려면 납세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후 판결금 강제집행을 멈춰달라며 법원에 청구 이의 소송을 냈다.

1·2심은 물론 대법원 역시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정당하다고 보고 A사의 강제집행을 불허했다.

대법원은 "납세자가 납세증명서 제출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국가는 수령불능을 이유로 변제공탁함으로써 대금 지급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지체 책임도 면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 "국세징수법에 따라 납세자가 국가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으려면 납세증명서 등의 제출이라는 반대급부를 이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조건으로 하는 변제공탁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A사는 양도인의 납세증명서 제출까지 의무화하는 조항이 위헌·위법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납세증명서 등의 제출을 조건으로 하는 국가의 변제공탁이 유효함을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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