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공보물이 회원들에게 배포됐다. 기호1번 구재이 세무사(전 고시회장), 기호2번 유영조 세무사(전 중부지방세무사회장), 기호3번 김완일 세무사(전 서울지방세무사회장) 3명의 소견문을 살펴보면 먼저 ‘같은 듯 다른 듯’ 대동소위(大同小異)한 느낌이 든다. 다음으로 답답한 것은 무슨 자화자찬식의 자랑을 그렇게 많이 늘어놓았는지 식상한 정도를 넘었다는 반응이다. 그 귀중한 선거공보의 절반을 지난날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를 소개하는데 할애했다. 물론 자기의 경력을 소개하면서 자기의 역량과 능력을 어필시키고 싶었다는 심정은 이해가된다. 그러나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의 구상과 실행방안에 좀 더 할애하는 것이 회원들의 선택을 받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3후보의 공약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세무사업계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는 평가할만하다. 회원들에게 당장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헤아린 노력이 돋보인다. 3후보 공히 세무사의 수익증대와 업무편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세무사라는 이익집단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될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세무사 제도발전이라는 보다 큰 그림에서 보면 많이 모자라 보이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면 크게 △세무사의 수익증대 △세무사 제도개선 △회원들의 업무불편 해소로 나누어지고 3후보 모두 형식만 다를 뿐 실체는 동일한 느낌을 받는다. 세무사의 수익증대에서는 구재이 후보가 처음 제시한 보수표 제정을 ‘표준세무대리시간제’니 ‘표준보수제’등 명칭을 달리하지만 후보들 모두 따라가는 분위기다. 그리고 전자신고세액공제 인상추진, 성실신고대상확대등을 제시하고 있다. 세무사제도 개선에는 기호2번 유영조 후보의 아이디어가 다소 돋보인다. ‘분야별 전문 세무사제도’의 도입을 취진하겠다는 것과 ‘세무사 법무팀’을 운영하여 미래 조세소송대리에 대비 하겠다는 정도가 그나마 돋보이는 제도개선이라 할만하다. 회원들의 업무불편 해소에는 3후보 공히 비슷한 내용을 백화점식으로 총망라하고 있지만 기호3번 김완일 후보가 점수를 따는 것 같다. ‘쳇GPT 세무업무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쳇GPT 활용 직무수행의 혁신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은 현실을 반영한 세무사에게 최적화 된 솔루션일 것이다. 업무별 직무수행기준(교범)과 매뉴얼(프로세스)제공 등 회원 원하는 모든 서비스 제공하겠다는 공약은 회원들에 어필 될 만하다.

그래도 세무사회장 후보들의 공약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면 왠지 너무 재미없다는 생각이다. 후보들의 공약을 아무리 살펴봐도 납세자에게 다가가고자하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외연확장과 수익증대는 물론 최고의 전문자격사로 존귀한 대접을 받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미래 지향적 발전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단언컨대 납세자 없이는 세무사도 존재이유가 없다. 납세자에게 어떻게 서비스하여 세무사의 위상을 높일 것인가 고민하는 것만이 제도발전의 추진력이 될 것이다. 국세청의 납세서비스를 세무사 일거리 줄이는 정책이라 비난하면 전문자격사로서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정환경이 납세자 편의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제대로 감지하고 세무사제도개혁의 방향타를 재설정해야한다. 아쉽게도 회장 후보들 중 누구도 이러한 각성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 누구나 언젠가는 세무사의 고객이 된다. 그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세무사 성장의 밑거름일진데 당장 눈앞의 이익에 연연해하는 모습들 같아서 안타깝다.

미래를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리는 후보가 안 보인다.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이디어가 없는지는 모를 일이다. 안타까운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회장을 하겠다고 깃발을 든 후보들이 모두 ‘삼쩜삼’의 예를 들면서 덤핑과 변칙적 영업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에 담고 있다. 근본적으로 접근방향부터가 틀렸다. 자유로운 영업은 보장돼야한다. 다만 환경을 바꾸는 것이 먼저란 얘기다. 세무사들이 포털에 돈 내고 광고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많은 접속자수를 자랑하는 포털이라도 세무사들의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받고 싶으면 지적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국민 누구나 세금이 궁금하면 세무사회 홈페이지에서 해결하는 것이 일상으로 된다면 검색 포털들이 세무사회의 정보를 가져다 사용하는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전회원이 회비를 내지 않아도 세무사회의 사업비에 충당하고도 남을지 모를 일이다. 세무사들의 전문지식이 얼마나 고급인데 스스로 저렴하게 팔면 격이 많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이해를 위한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논점은 납세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납세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찾는 세무사가 돼야 미래가 발전적이라는 점을 인식했으면 싶다. 열 개 가운데 아홉 개를 서비스하고 한 개만 비용을 받아도 전문자격사 다운 대접을 받는다면 성공일 것이다. 한 개에 1000원씩 열 개를 해주고 10000원 받느니 아홉 개의 서비스를 해주고 한 개만 10000원 받는 것이 나은 정책 아닐까? 세무사에게는 동일한 수입이지만 이용하는 납세자는 엄청나게 서비스를 많이 받은 느낌이 들것이다. 변호사 제도가 잘 발달된 나라에는 가구마다 고문변호사를 두고 있다고 한다. 어떤 나라는 가정주치의가 일상이라고도 한다. 집집마다 자문세무사를 필수적으로 두는 대한민국은 상상하면 안 되나? 아니면 사업자만이라도 세무사가 필수조건이면 어떨까? 납세자에게 비용만 추가되지 않는다면 싫어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국세청의 납세서비스에 세무사들이 앞장서고 더 나아가 국세청에서 생각 못한 서비스까지 확대하면서 납세자의 환심을 사야한다. 국민 속에서 국민의 절대적 신뢰와 필요에 의해서 세무서비스가 제공돼야한다. 세무서비스가 고급지고 세무사의 지위가 존귀해지기 위해서 어디서부터 길을 찾아야 할지 고민했으면 싶다. 특히 세무사집단의 리드를 자처하는 분들이고 세무사제도의 발전에 일조하겠다는 신념으로 앞장섰다면 더욱 명심할 일이다.

후보 소견문에서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한 후보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다는 말이 생각난다.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눈앞의 가시들을 제거하는데 올인 한 느낌이다. 세무사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첫째가 납세자이고 둘째가 세무사의 지위이고 셋째가 서비스의 품질이라면 과장일까? 이 중요한 포인트를 제쳐두고 사소한 일상을 두고 “내가 잘 할 수 있다”며 내놓은 소견문을 평가하자면 ‘도긴개긴’아다. 소견문 만으로는 누가 일 잘할지 분간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회장 선출을 앞둔 세무사들에게 달렸다. 현실보다는 미래를 보라고 권한다. 지혜를 발휘해 보자. 누가 미래에 세무사를 최고의 전문자격사로 만들기 위한 주춧돌이라도 놓을 수 있는 인물인지 잘 판단하시기를 고언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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