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상표사용료 안 받아도 경제합리성 있으면 부당행위 아냐"

상표권자가 상표 사용료를 받지 않더라도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탈세 목적의 부당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호텔롯데가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이달 1일 확정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3년 2월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를 했다.

세무당국은 호텔롯데 계열사인 롯데GRS(옛 한국롯데리아)가 '롯데리아' 상표의 사용료를 상표권자인 호텔롯데에 지급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세금을 줄이려고 상표 사용료를 받지 않아 소득을 부당하게 줄였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지방국세청은 롯데리아 상표권 사용료를 추정해 호텔롯데의 수익금에 더한 뒤 2008년∼2012년 사업연도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추가 부과했다.

법인세법은 법인의 회계처리가 경제적 합리성 없이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킬 목적으로 행해졌다고 인정되면 이를 부인(부당행위계산 부인)하고 과세권자가 다시 계산해 세금을 부과하도록 한다.

호텔롯데는 조세심판을 청구해 법인세 일부를 감액받았다. 이후 남은 28억여원의 세금 부과 처분도 취소해달라며 2016년 4월 소송을 냈다.

1·2심은 호텔롯데의 손을 들어 과세 처분을 취소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우선 "상표권자가 상표 사용자로부터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그 행위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며 "상표의 등록·사용을 둘러싼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판단에 고려할 요소로는 ▲ 상표권 사용의 법률상·계약상 근거 ▲ 상표권자와 상표사용자가 상표의 개발·가치 향상에 들인 노력과 자본 ▲ 일반 수요자의 인식 등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상표는 한국롯데리아가 사용하면서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직접 지출해왔지만 상표권자인 호텔롯데는 상표 등록 이후 영업에 사용하거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며 "상표가 가지는 재산적인 가치는 대부분 한국롯데리아에 의해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것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거래로서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표권자가 상표 사용자로부터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경제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