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범 주택 165채 등 불법알선 주택 1800채 매입

서민주거 복지 피해 결국 서민들에게 돌아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업무를 담당했던 간부가 브로커로부터 뒷돈을 받고 내부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급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LH는 이 브로커의 청탁 알선으로 수천억원대 주택을 매입했는데 이 중에는 인천 '전세사기 건축왕' 일당 소유의 주택 165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 형사6부(손상욱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LH 인천본부 소속이던 A씨(45)를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또 호사법 위반 혐의로 이미 구속된 브로커 B(32)씨를 뇌물공여 및 뇌물공여약속, 업무상배임,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밖에 B씨와 공모한 또 다른 브로커 3명도 변호사법 위반과 뇌물공여 방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2019년 1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내부자료를 제공하는 대가로 B씨로부터 35회에 걸쳐 8673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매입임대주택 업무를 맡았던 A씨는 B씨에게 뇌물을 받고 LH 인천본부의 감정평가 총괄자료를 16차례 제공했다. A씨는 사건이 알려진 뒤 직위해제됐다가 징계위원회에서 파면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입임대주택은 정부가 빌라나 오피스텔 등을 사들인 뒤 무주택 서민들에게 시세보다 싼값에 임대하는 사업으로, 이 자료는 임대주택 현황과 감정평가 결과 등을 종합한 보안 1등급 정보였다.

B씨 일당은 미분양 주택을 신속하게 처분하려는 건축주들에게 A씨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29회에 걸쳐 99억4000만원 상당의 알선료를 수수하거나 약속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범죄 수익을 유흥비와 고급 승용차 등 사치품 구매 등에 썼으며 부산에 있는 유흥주점 인수에도 사용했다.

이들의 알선으로 LH 인천본부가 3303억원을 들여 매입한 주택은 모두 1800여채며, 이 중에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일당 소유의 미분양 주택 165채도 포함됐다. A씨는 B씨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대여받아 편법으로 운영하는 공인중개법인에 1억1090만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지급해 LH에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

LH의 임대주택 매입사업은 공정한 경쟁으로 양질의 주택을 매입해 주거 취약계층에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기 위한 서민주거 안정사업이다. 로비 등의 비리가 개입될 경우 임대주택의 품질 저하, 임대료 부담 증가 등 서민주거복지에 직·간접적 피해는 결국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B씨가 부당하게 취득한 재산은 추징보전 청구를 통해 압류·보전 조치했다"며 "범죄 수익을 철저히 환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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