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빼꼼한 산방의 한가로운 이야기
여름의 풀들과 함께 꽃피우는데,
여기에서는 한바탕 지나가는 소나기도
소곤소곤 내린다 그냥 내린다
소란 등진 초록빛 고요의 숲
하늘다람쥐, 고라니, 동박새, 직박구리
바람, 구름, 햇살, 별과 달, 함께 있다
사시사철 눈, 비 맞으며 함께 간다
계절 따라 저마다 꽃향기 피우며
오늘도 더불어 울창한 숲 이루며 산다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가을의 문턱에 있습니다. 비운다지만 맘먹은 대로 비우지 못합니다. 막다른 구석으로 몰려서야 비로소 알게 됩니다. 비웠다는 숲이 왜 다시 꽉 차 있는지, 삭정이 하나 떨어뜨리면 또 하나의 삭정이가 왜 매달리는지, 썩고 뭉그러진 것들이 쌓이고 쌓여 왜 산이 되고 마침내 별똥별로 떠도는지, 숨어 사는 바람처럼 여기저기서 옥죄어 오는 아픔이 생기는지를…. “여름 숲”의 “산방”에 든 양선규 시인은 “소란”을 등지고 앉아, “더불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우리네 일상을 고요히 되돌아보도록 일깨웁니다. “계절 따라 저마다 꽃향기 피우”는, 나를 에워싼 모든 것들은 모두가 아름답다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