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이 국회의원들의 곤란한 질문 피해가는 전용 방어무기가 “납세자 개별 과세정보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이다. 국회의 대정부질문이나 업무보고 시 국세청장들이 애용하는 무기(?)다. 2023년도 정기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코앞이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또 이 말을 얼마나 어떻게 애용할지 보는 것도 국감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일 것이다.

국세청장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첨단무기인 ‘개인의 과세정보 공개 불가’는 가히 절대적이라 할만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하게 적용하고 있는데다 과거 언론사 세무조사결과 발표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법원의 판례는 “세무조사의 구체적 내용이나 과세정보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여 공표가 금지된다(서울고법 94구 39262)”고 판시했다. 과세자료의 공개를 터부시하는 국세청의 태도가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웬만하면 과세내역의 구체적 내용과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오해를 받을지언정 벙어리 냉가슴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국세청의 입을 막은 개인정보보호법은 제1조(목적)에서 “이 법은 개인정보의 처리 및 보호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범법자에 대해서도 무제한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이 입법목적에 부합하는가는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 대선기획으로 비화하고 있는 뉴스와 녹취사건과 관련 당사자가 국세청을 농락하는 사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개인정보보호가 아니면 설명이 불가한 국세청의 침묵에 대한 의혹이다.

이미 가짜뉴스로 판명이 난 신학림 씨(전언론노조위원장)와 김만배 씨(화천대유 대표)간의 녹취기사로 정치권이 야단법석이다. 여당은 대선 3일전 뉴스타파의 보도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이 받아 보도함으로써 대선에 영향을 주었고, 민주당 내지는 이재명 후보의 연루를 의심하면서 ‘대선기획’으로 몰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녹취와 부산저축은행 대출사건 수사라는 팩트를 강조하면서 의도적으로 짜깁기한 일부 언론의 편향성에 무게를 두고 민주당은 관계가 없다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서는 정치적 논란은 논외로 하고 신학림 씨가 세금을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삼는 공권력에 대한 심각한 도전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국세청의 대응 자세를 짚어보고자 한다. 신학림 씨가 김만배 씨로 부터 현금으로 1억6500만원을 수수한 것은 사실로 자신이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저자인 ‘대한민국의 혼맥지도’라는 3권짜리 책값이 1억5000만원이고 부가가치세가 1500만원 이라고 한 것 까지도 팩트다. 여기서 몇 가지 의심을 갖게 된다. 첫째 신 씨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나? 둘째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나? 셋째 종합소득세는 얼마나 냈나? 넷째 국세청은 뭐하나? 등이다.

첫 번째 궁금증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나?”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세금계산서 발행은 사업자등록번호가 있어야 가능하다. 처음부터 부가세는 돈을 더 받기위한 헐리우드 액션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편법으로 그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출판사의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뉴스타파의 사업자등록번호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을 수도 있다. 1억6500만원을 신씨 혼자 독식했다면 이 모든 가능성은 사라진다. 신 씨의 거짓말 만 남게 된다.

두 번째 의혹은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나?”이다. 애당초 거짓말이기 때문에 납부했을 가능성은 없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국세청은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입을 닫고 있어 국민들은 궁금하기만 하다. 특히 신 씨가 오래 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했고 ‘대한민국의 혼맥지도’라는 책을 발간한 출판사의 지분도 가지고 있어 도서가 부가가치세 면세라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제로다. 이것이 신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세 번째 의심은 “종합소득세는 얼마나 냈을까?”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냈을 가능성이 100%다. 뇌물성의 대가이기 때문에 신고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소득의 구분으로 보자면 언론사의 소속인 것으로 보아 정상적으로 소득세 신고를 하자면 자유직업소득일 수는 없고 기타소득으로 신고해야 할 성질의 소득이다. 뇌물 등 부정한 대가를 소득으로 신고한 전례가 없어서 함부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네 번째 미스터리는 “국세청은 뭐하나?”다. 신 씨가 “책값이다. 1500만원은 부가가치세다”는 설명은 누가 봐도 명백한 허위이다. 세금을 희화화하는 행위다. 국세청의 징세권이라는 공권력에 대한 도발이다. 그럼에도 국세청이 침묵하고 있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국세청은 알고 있을 것이다. 세금을 얼마나 냈는지. 안냈는지. 그런데 왜 국민들에게는 함구하고 있을까?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국세청의 스탠스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미리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와 “개별 납세정보는 공개가 금지되어있습니다”로 설명 가능할 것이다. 2011년 제정되어 15차례의 개정을 통해 더욱 강화되고 견고해진 ‘개인정보보호법’은 지금 거의 무소불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 및 존엄을 뛰어넘을 공공의 이익을 극도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개인의 정보를 공개했다가는 자칫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장들은 ‘긁어 부스럼’이 싫어서라도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래도 국세청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세범처벌법 제21조(고발)에는 “이 법에 따른 범칙행위에 대해서는 국세청장,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의 고발이 없으면 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국세청의 액션이 없으면 벌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국세청이 탈세액을 추징하고 과징금을 물리는 등의 행정적 절차는 당연히 진행할 것이다. 그러나 중대한 범죄자에까지 이렇게 관대해야 하는지는 갸우뚱이다. 특히 범죄행위자가 세금을 핑계로 대면서 국세청을 농락하는 상황에서도 침묵하는 이유는 알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필요할 때는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언론이 자신에게 불리할 때는 개인정보보호를 전면에 세우는 철면피가 횡횡하고 있음은 대한민국이 병들고 있음이다.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코미디 대사가 현실인 세태에 한없이 부끄러워해야 할 지식인들의 뻔한 거짓말에 대다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국세청은 신학림 씨에 대해 세금신고 내역과 앞으로 추징계획을 국민에게 신속히 밝히는 것이 도리다. 범죄자의 인권은 최소한에 한정해야 하고 개인정보가 아닌 거짓말에 대한 해명과 과세계획은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는 것이 맞다. 세금으로 장난치거나 거짓말을 할 경우 즉시 해명하는 것이 책임 있는 당국의 자세일 것이다. “신 씨는 이 건과 관련하여 세금을 납부한 일도 없으며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되면 앞으로 미신고한 소득세와 미신고가산세 및 무납부가산세 등 총 얼마의 세금이 추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은 개인정보도 아니고 검찰수사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국세청이 애용하는 해명자료 또는 설명자료일 것이다. 세금으로 장난치는 신 씨의 궁금증에 대한 대국민 설명이 절실하다. 지금 국세청의 자세를 코미디로 답하자면 “이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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