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떡거린 생의 무늬에서

이영순 시인
이영순 시인

꿈도 사랑도 다 바람이더라

그리워하고 아픈 마음도

고운 바람으로 물들고 싶은데

가슴 뭉클한 속삭임도 산을 넘으면

등 뒤를 밀던 바람이고

해질녘 석양을 건너던 그리움도

돌아보면 다 바람이더라

색색으로 물든 그 잎맥 가까이

사는 게 온통 바람이다

오늘도 그 바람 속에

또다시 그리움 한 줌 품고 간다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시인 박정원
시인 박정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어느 곳에 사는지도,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도 모르는 “바람”에게 또 하나의 바람을 얹힌, 가없는 욕심의 화신이 늘 고통을 안깁니다. “사는 게 온통 바람이”라서, 폭과 깊이를 모르는 시를 읊으며 머물게 합니다. “꿈도 사랑도” “그리워하는 아픈 마음도” “그리움 한 줌”이란 바람이, 시도 때도 없이 불어대거든요. 그걸 숨기지 못하는 바람으로 말미암아 놓치는 인연도 많지만, 살아가는 내내 바람은 그칠 생각을 멈추지 않습니다. 시의 끈을 놓지 못하는 까닭을 이영순 시인은 “사는 게 바람이다”로 일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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