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복 시인
강희복 시인

꽃을 참 좋아한다면서

꽃무릇을 상사화라고 우기는 사람이

가끔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 꽃은 이렇고

저 꽃은 저렇고

굳이 일러주느라 애썼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꽃무릇이면 어떻고

상사화면 어떻습니까


꽃을 좋아한다는데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시인 박정원
시인 박정원

    ”이름“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물이나 단체를 다른 것과 구별하여 부르는 일정한 칭호’랍니다. 인간들끼리 그렇게 부르자고 약속한 것에 불과할 뿐, 사실은 모두가 본디 이름이 없었겠지요. 일의 이치를 구별하여 가르는 일엔 두말할 나위 없이 필요하겠지만, 굳이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시가 올 때, ‘이름이 붙여지기 전의 사물이나 현상을 생각하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지우고 해맑은 아기의 눈으로 보게 되면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온다는 말씀이겠지요. “꽃무릇이면 어떻고 상사화면 어떻습니까.” 중요한 건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입니다. 겉치레보다도 무엇이 우선인가를 강희복 시인이 “꽃무릇”으로 수줍게 피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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