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회계사회는 ‘반대’…세무사회와 소상공인 ‘찬성’

보조사업자 정산보고서 검증 수행 감사인을 ‘회계법인’ 뿐만 아니라 ‘세무법인’에 ‘3명 이상의 세무사’를 추가하는 개정안이 내달 국회의 세법심사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다. 지난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보조금관리법 개정안이 내용을 바꿔 다시 국회에 제출된 것이다.

현행법은 3억원 이상인 보조금 또는 간접보조금을 교부받은 정산보고서에 대해서는 감사인의 검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검증하는 것은 ‘회계법인’ 또는 ‘공인회계사회에 등록된 감사반’이다.

기재부 자료에 따르면 정산보고서 검증 대상 민간 보조사업 수 현황에서 3억원 이상은 `18년 5604개에서 `19년 6458개, `20년 7969개, `21년 8489개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년 말, ‘소규모 사업자’의 정산보고서 검증에 개인회계사나 개인 세무사, 세무법인 등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 정부 “세무사, 회계처리 관련 사항 법적 권한 없어” 반대

그러나 당시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반대했다. 개정안 심사가 이루어진 올해 2월 15일 열린 국회 기재위 소위에서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정산보고서 검증 시행자로 세무사를 선정하는 것은 세무사법 제2조에 따라 조세처리 등 대리업무를 수행하는 세무사 업무의 성격상 법적 권한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또한, “1인 공인회계사와 관련해서도 감사의 전문성과 책임성 담보를 위해 공인회계사 1인까지 확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 회계사회, 정부와 마찬가지로 “반대”

공인회계사회 역시 정부와 마찬가지로 반대하고 있다. 정산보고서 검증 업무는 보조금 사업자의 회계 기록에 대한 진실성 여부를 검사해 증명하는 업무로서 공인회계사의 고유직무인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 업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보조금 부정수급 예방을 위한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정산보고서 검증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감사인에 의해 수행돼야 하고, 다수의 감사인이 검증 업무에 참여한다면 수임 곤란 및 수임 비용 상승 우려는 해소할 수 있으므로 현행 규정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 세무사회 “성실신고 확인 업무와 유사해 세무사도 가능하다”

반면 세무사회는 정산보고서 적정성 검증은 지침에서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집행된 보조금의 사업계획서 연관성 확인, 서류 구비의 완전성 확인 등을 수행하는 업무로, 세무사가 수행하고 있는 ‘소득세법’ 상의 성실신고 확인 업무와 유사하다며 찬성하고 있다.

또한,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수행하는 회계감사와 상이한 업무이며, 현재 세무사는 기업 재무 관리 상태진단 또는 결산서의 검토와 보고서의 작성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검증(인증) 업무의 적격을 갖춘 회계 및 조세 전문가라는 의견이다.

특히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은 지난 11~13일 열린 인천회 추계 회원세미나에서 “보조금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는데 조만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 김주영 의원 “소상공인들의 비용 부담 의견에 보조금법 개정 추진”

이에 김주영 의원은 지난 9월 개정안을 정비해서 새롭게 발의했다. 정부의 반대의견을 반영해 이번에는 회계사 1인이 아닌 ‘세무법인’과 ‘3명 이상의 세무사’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다음 달 열릴 기재위 소위에 개정안이 상정된다고 하더라도 정부 측의 입장이 단 9개월 만에 바뀌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세무사법 제2조’에 따라 세무사의 권한이 애초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정안 통과를 위해서는 ‘세무사법’ 자체가 바뀌어야 개정안의 통과가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김주영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이유에 대해 ‘경기도의회 소상공인의 민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들이 국고보조사업 정산보고서 적정성 검증을 공인회계사로만 한정한 현행 보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한 것.

회계사뿐만 아니라 세무사들도 함께한다면 경쟁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낮아질 수 있고, 검증을 좀 더 세밀하게 해서 보조금 집행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한편 관련법이 원안대로 개정된다면 세무사들 입장에서는 업역확대에 적잖은 성과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적지않아 세무사회의 새 집행부가 어떤 성과를 낼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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