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현 시인
권기현 시인

광화문 사거리를 걷다가

백석을 생각한다

포마드로 말아 올린 바람머리를 휘날리며

신문사에 출퇴근하던 그를

성북동 길상사를 거닐다가

자야를 생각한다.

눈이 푹푹 나리는 밤 산골로 가자던

백석을 뿌리치고 떠난 그녀를

삼청동 북촌에서 평양냉면을 먹다가

백석의 어머니를 생각한다

“우리 아들이 왜 이렇게 늦게 완.”하며

꿩고기를 얹어 냉면을 말아주던 어머니를

오늘도 시위와 집회가 이어지는 광화문에서

퇴근길 추위에 머플러를 두르고

코트의 단추를 채우며 나는 생각한다

또 다른 백석과 자야 그리고 어머니의 이야기를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시인 박정원
시인 박정원

    “오늘도 시위와 집회가 이어지는 광화문에서” 존경하는 백석과 자야 선생님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려 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국이 변한 게 무엇이 있나요. 등지고 싶은 세상에 은근슬쩍 나를 대입합니다. 변치 않아야 할 것은 그분에 대한 사랑이지요.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임과 나는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할까요? 시의 힘은 잊히지 않는 사랑을 불러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건강을 견지함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수선한 시절에 국세청 36년 경력 중 20여 년을 광화문 근처에서 근무했던 추억이 아뜩합니다. 이 시를 통해 또 하나의 사랑을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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