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플루언서 불공정거래 2∼3건 포착…수사기관과 협조 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주장하는 횡재세에 대해 "거위 배를 가르자는 게 아니냐"며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금감원장은 23일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 70주년 기념식'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 (기업) 거액의 이익에 대해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이나 손해 분담과 관련해 세계 각국에서 기여금이나 분담금 형태이건, 횡재세 형태이건 논의가 있었다"면서 "그런 논의는 우리 사회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사안(횡재세)과 관련해서는 "마을에 수십 년 만에 기근이 들어 한알 한알을 알토란 같이 나눠 쓰자는 상황에서 거위 배를 가르자는 논의가 나온 것 같다"고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연못 관리가 힘들어지고 못이 썩어서 거위가 살지 못한다면 거위 주인에게도 손해"라며 "거위 주인과 주민들이 함께 잘 사는 방안을 논의해보자는 것인데, 직권남용 운운하는건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며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서 부담금을 좀 내라는 식의 압박을 가했다. '윤석열 특수부 검찰식' 표현으로 하면 이런 것이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또 전날 이 대표의 "자릿세는 힘자랑이고 횡재세는 합의"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금융지주사와는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적절한 운영이 담보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면서 "최근 논의되는 횡재세안은 개별 금융기관 사정에 대한 고려가 없고 일률적이며 항구적으로 이익을 뺏겠다는 내용이 주된 틀"이라며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른바 '핀플루언서'(금융과 인플루언서의 합성어·소셜미디어에서 주식 등 금융 지식을 제공하는 유명 인사)의 불공정거래 2∼3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일부 유튜버들이 자신의 영향력으로 특정 상장 종목을 추천하고 일반 투자자들이 매수하게 유도해 자신들이 보유한 차명계좌에서 이익을 실현한 (사안)"이라며 "서민을 기만하고 약탈한 범죄건 2∼3건을 포착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여론과 의견이 공론화되고 정보의 시장경제적 매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전혀 다른 숫자나 틀린 사실관계에 근거해 시장 불안 행위를 조성하거나 범죄에 이른다는 건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불법적인 사익을 추구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건 미꾸라지가 물 전체를 흐리는 시장 교란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 등 수사기관과 협조관계를 구축했다. 늦지 않은 시간 내에 (조사 결과를)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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