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8조원, 손실액 3조원대 넘어

판매 현황 및 불완전판매 여부, 민원대응 방안 점검

홍콩 증시 급락으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40%대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을 최다 판매한 국민은행을 비롯해 다른 판매사 현황까지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ELS는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의 가격을 평가하고, 가격이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원금과 수익을 조기 상환한다. 반면, 기초자산이 특정 조건을 밑도는 상태로 만기가 도래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데, 만기 시점 기초자산 가격이 판매 시점보다 35~55% 이상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H지수 연계 ELS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는 40%가량 급락했다. 2021년 2월 1만2000포인트를 넘었던 홍콩H지수는 그해 말 8000포인트대까지 떨어졌으며, 최근에는 6000포인트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홍콩H지수는 올해 들어서도 11% 넘게 떨어졌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가로 구성된 홍콩H지수가 중국 경제 둔화, 미·중 분쟁 등으로 크게 하락한 탓으로 보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15조8860억원어치가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특히 이중 국민은행의 판매 잔액은 7조8458억원으로 약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782억원 등의 순이었다. 대부분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몰려 있는 상황이다.

ELS의 만기가 통상 3년인 것을 고려하면, 2021년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ELS의 만기가 대부분 내년 상반기에 몰려있어 내년부터 ELS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손실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홍콩H지수 연계 ELS 규모는 8조4100억원으로, 현 지수 수준이 계속될 경우 내년 상반기 손실 규모만 해도 8조원의 40%에 해당하는 3조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홍콩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고지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업에서도 약 3조5000억원이 내년 상반기에 만기를 맞는다. 증권사 중에서도 최대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5∼6곳이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불완전 판매 논란도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손실이 확정될 경우 은행·증권사들의 불완전판매 여부도 드러날 전망이다. 금감원은 ELS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임에도 판매사들이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했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들의 ELS 상품 선정 과정 및 판매직원 교육과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손실 가능성 고지 여부, 판매 현황이나 민원대응 방안 등을 점검하고 있다"며 "내년에 실제로 손실이 발생하면 감독 당국 차원에서 추가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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