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겸 시인
김백겸 시인

늙은 학인이 poesie­이미지가 불씨처럼 살아나기를 기다리며 화요일 오후­창가의 바람 소리를 듣고 있었지
 

늙은 학인이 서재에서 잠깐 잔 꿈속에서 커피포트­끓는 물을 차버리는 장면

그 감촉이 코드를 꽂은 전기다리미처럼 생생해서 화상을 입는 장면
 

늙은 학인이 깜짝 놀라 깨어나니 화요일 오후­창가의 바람 소리가 흘러가고 있는 현장이었지
 

커피포트­한잔의 커피는 마음의 상처에 굴복하지 않는 힘을 주는 화상연고라는 생각

늙은 학인의 karma가 화탕지옥­튀김 치킨이 되는 순간이 온다면 꿈을 빨리 깨면 되겠다는 생각
 

꿈이니까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시인 박정원
시인 박정원

   “《화요문학》 문청(文靑)들에게는 ‘화요일’이 특별한 의미가 있다…. (중략)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이 멈추고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이니 각성하는 견자見者­작가는 죽을 때까지 이 멍에를 놓지 못하는 자라는 현타, 자 화요일이다. 한잔의 커피를 일상의 희로애락­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다시 또 습작의 고통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2023년 화요문학 27호에 게재된 김백겸 시인의 시와 〈시작 노트〉를 소개합니다. 금계를 깨뜨리는 시의 “꿈”을 꾸며 50여 년을 훌쩍 넘기는 동안 “시간의 신(神)”은 순하디순한 “늙은 학인” 몇 분을 모셔갔습니다. 시의 삶 자체가 고통의 나날입니다. 시의 혼이란 곧 선배의 뒷길을 배회하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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