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매년 12월2일)을 넘겼다. 지난해에도 예산안 처리 시한보다 22일 늦게 처리했는데, 올해도 상황이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여야는 오는 20일과 28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과 법안처리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정기국회는 이틀밖에 남지 않았고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고, 최근 여야의 평행선 달리기가 지속되면서 연내 처리가 불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새해 예산안이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두고 여야 충돌로 법정시한을 넘긴 데 이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등 쌍특검법과 국정조사 등 각종 사안으로 갈등은 심화되면서 발목이 잡히고 있다. 

준예산은 회계연도 개시일인 1월1일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가 임의로 편성하는 예산을 말하는데, 현재까지 준예산 체제로 돌입한 적은 없었다. 

예산안 연내 처리가 불발돼 준예산 체제로 가면 이는 누구의 책임일까.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여당의 원내지도부인가, 아니면 정기회 내내 외유 일정이 많아 법안과 예산안을 챙기지 못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의 책임일까. 

예산안 주무부처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산심사 기간 중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순방에 동행했고, 실제로 올해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기면서 이들의 책임론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고도 할 수 있는 ‘60조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재부는 60조원의 세수감 하나만으로도 이미 대역죄인이다.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데 기업들의 실적도 저조하고 민생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여야는 말로만 ‘민생’을 외치고 이 사태에 대해 서로를 비난하기만 할 뿐 사실상 법안처리 등은 뒷전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6일) 부산을 찾아 ‘엑스포 실패 달래기’에 나섰다. 혼자 간 것도 아니다. 해외 순방에서 경제사절단의 이름으로 함께 했던 대기업 총수들을 부산으로 또다시 불렀다. 해외 순방의 경우 이해관계가 맞았더라도 부산에서 대통령과 떡볶이를 먹는 사진 등 ‘이벤트성’ 행사에 대기업 총수가 한데 모여야 할 이유는 찾기 힘들다.

윤 대통령의 시장 방문에 함께 한 재계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연말 신년 경영계획을 세우는 가장 바쁠 시기에 엑스포 유치 실패의 타격도 받아야 하는 기업들이 부산의 민심 달래기용 행사의 뒤치닥꺼리까지 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바쁜 사람들을 지방으로 불러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는 사진이 꼭 필요했냐는 것이다. 민생을 챙기려면 하루라도 빨리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데 힘써 민생법안으로 국민들을 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렇듯 정부는 세수감, 수출 부진, 민생, 그 어떤 것도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을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특히 추경호 부총리는 예산안 연내 처리 불발이라는 최악의 사태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론스타 배상금의 국민 전가도 문제다. 

지난 8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대한 국제투자 분쟁 배상금 확정은 2800억원 규모였다. 한국은 론스타가 청구한 금액의 2억165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론스타 판정 무효를 주장하며 이에 대한 지급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자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기준인데 금리가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고 사실상 4000억원대의 배상금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경제사령탑으로 임명돼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추경호 부총리였지만 나라 살림은 펑크가 났고, 론스타 배상금의 국민 전가 등 상황이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수출이 최고치를 달성했을 때도 민생이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지명했다. 사실상 이번 개각이 국정 운영 실패자들에게 총선용 도피처를 마련하는 ‘도주 개각’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여야가 네 탓 공방만을 벌이는데 시간을 쓰지 않고 오는 20, 2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라도 예산안이 반드시 통과시켜 준예산 사태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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