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퇴 배경 놓고 정부 입김과 실적부진 부담 지적

차기 후보군 롱리스트 총 24명 중 3월 주총에서 선임

최장수 KT&G 수장 자리를 맡아왔던 백복인 사장이 4연임을 포기하면서 KT&G는 9년 만에 차기 사장을 선임하게 됐다. 백 사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배경과 차기 사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인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와 여론이 KT·포스코 등과 같은 소유분산기업 수장의 장기집권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으로 현직 대표들의 연임이 무산되면서 백 사장의 경우는 어떠할지에 이목이 모아지기도 했다.

KT&G가 2002년 민영화한 이후 3연임을 통해 8년 넘게 KT&G를 이끌었던 백 사장은 2015년, 2018년에 이어 2021년까지 내리 3연임에 성공했다. KT&G의 글로벌사업 전환을 추진해 연매출 5조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백 사장이 지난 10일 이사회에 4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오는 3월 임기를 종료하게 됐다. 최근까지 업계에서는 백 사장의 4연임 도전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게 사실이다.

앞서 KT&G는 지난해 말부터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KT&G처럼 민영화를 거친 소유분산기업인 KT의 구현모 전 대표와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연임은 무산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소유분산기업인 이들 기업이 CEO 선임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업계의 관심이 백 사장에게 향했던 이유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형성 과정에서 윤리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적극 의결권을 행사며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민연금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하지만 KT&G의 3대 주주(6.31%)인 국민연금이 지난해 8월 KT&G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관측되기도 했지만, KT와 포스코 수장 선임 때와는 달리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KT&G의 사장 인선에 대해 이렇다할 만한 의견을 낸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번에도 백 사장의 4연임 도전 포기가 정부의 입김을 의식해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다만 백 사장은 사퇴의 변으로 "KT&G의 글로벌 톱티어 도약과 변화를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며 "미래 비전 달성과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한차원 더 높은 성장을 이끌 역량있는 분이 차기 사장으로 선임되길 바란다"는 내용을 이사회에 전했다.

백 사장에게는 연임 기간 동안의 실적 부진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장 취임 첫해인 2016년 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올렸지만 같은 기간 실질적인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점차 감소해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한편 백 사장의 용퇴로 차기 후보군에 쏠리는 관심도 커졌다. KT&G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 11일 사내 후보 10명, 사외후보 14명을 포함해 총 24명을 차기 사장 후보군으로 확정했다.

롱리스트에 포함된 24명 중 내부 출신은 고위 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를 이수한 임원 중 10명이다. 고위 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이수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2021~2022년 임명된 부사장 5명과 전무 5명이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관측된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사내 후보자로는 방경만 수석 부사장과 도학영 영업본부장, 이상학 지속경영본부장, 오치범 제조본부장, 박광일 부동산사업본부장 등 5명의 부사장이 주요 후보로 꼽힌다.

이 중 방 수석 부사장은 백 사장을 제외한 유일한 등기 임원이라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방 수석 부사장은 1971년생으로 1998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글로벌(CIC) 본부장, 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해 현재 KT&G 전략 및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총괄부문장을 담당하고 있다. 경영위원회, 사회·환경·지배구조(ESG)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외부 후보로는 KT&G 지분 1%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FCP(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 측 인사가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KT&G 사장 선임 절차는 관련 법령 및 정관에 따라 약 3개월에 걸쳐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주주총회 승인 3단계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달 말 1차 숏리스트, 2월 중순 2차 숏리스트 선정을 거쳐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최종 후보자를 선정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 선임을 결정한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하도록 하는 정관 개정 안건을 이번 주주총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한편 KT&G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는 현재 백종수 지배구조위원장과 김명철 사외이사, 임민규 사외이사, 이지희 사외이사, 손관수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사외이사는 지배구조위원회 이후에도 사장후보추천위원회로 꾸려져 신임 사장 2차 숏리스트를 선정한다.

백종수 지배구조위원장은 "KT&G의 모든 주주 이익과 회사의 미래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원칙으로 사장 후보 선정을 위한 심사를 충실히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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