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이 사내 문서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처리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클라우드’에 저장된 세무 이슈 자료를 뽑아내는 스킬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국세청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포렌식 조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검토에 나섰다.

국세청이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클라우드 데이터 추출 및 세무검증기법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 세무조사와 관련해 데이터 검색과 분석에 직접 활용하는 포렌식 어카운팅 기술로 탈세 등 불법행위의 방지와 자료 은닉시도를 확인해 조세 정의 실현이 가능해진다.

`21년 기준 클라우드 파일 스토리지 시장은 702억 달러 규모로 집계되는 등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업에서도 클라우드 활용을 높여가고 있고, 이에 따라 국세청도 세무조사 시에 문서를 찾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내에 저장돼 있는 수많은 자료 중에서도 세무상 중요 문서에 대한 선별적인 확보가 필요하다.

실제로 인공지능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국세청은 과세 근거 확보를 위해 클라우드, 가상 업무공간 대응 표준적 포렌식 조사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클라우드 내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다.

◆ 세계 각국 ‘빅데이터’ 활용…SNS 게시물과 대조해 탈세 분석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국세청(IRS)은 `11년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활용하는 컴플라이언스 분석실을 설립했고, 세무신고 자료와 소셜 미디어, 전자 지불 자료 등을 대조해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세무 행정에 적극 활용 중이다. 이 같은 빅데이터 애널리틱스로 지난 `18년에는 100억 달러의 탈세를 발견해 전년 대비 4배 이상의 금액을 확보하는 등 실적을 세우기도 했다.

캐나다 국세청(CRA)도 탈세 의심이 있는 국민의 페이스북 페이지, 트위터 피드 등 공개된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년 정부가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을 독려하는 ‘클라우드 우선 전략’을 수행 중이라고 밝히는 등 효율적인 데이터 저장과 분석을 위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영국 국세청(HMRC)은 금융기관 자료 외에도 이베이, 에어비앤비와 같은 온라인 거래 자료나 소셜 미디어 활동 내역도 분석 대상에 포함하고, 수집된 자료로 소득 누락이나 탈세 등을 분석하고 있다. 스페인 세무청은 빅데이터 기반 포렌식 모형을 개발해 탈세 혐의가 있는 납세자를 선별하는 등 공개된 비정형 데이터를 탈세 자료로 창조하고 있다.

우리 국세청은 과세정보의 디지털화 이후 `11년 포렌식 조사관리 시스템을 구축했고, `17년 빅데이터T/F 구성, `19년 빅데이터센터 설립, 고속 분석 환경 구축 등 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술과 인력확보에 노력 중이다.

◆ 클라우드에 업로드된 ‘데이터 조작’ 찾아내야

클라우드에는 사용자가 작업하는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해당 직원의 단말기를 압수하더라도 다른 기기를 이용해 클라우드에 접속한 뒤 수정 또는 삭제하는 방식을 이용한다면 클라우드 내 회계자료를 증거로 확보하기 어렵고 해당 행위도 입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보고서는 클라우드상의 자료나 장부의 데이터가 조작되지 않도록 증거보존 의무를 부여하고 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클라우드 제공업체가 사용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회계자료 확보가 매우 어려워지고, 제공업체가 사용자의 자료를 수정 또는 삭제할 때 제삼자 증거보존 의무 규정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이 클라우드 분석 기법을 고도화해야 하는 이유는 세무조사뿐만 아니라, 납세자들의 납세순응도를 높이고 세무 당국은 징세비를 낮추는 등 세무 행정에 다양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더욱 필요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향후 클라우드 스토리지에서의 데이터 탐색, 분류, 수집을 지원하는 기술과 저장된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의 ERP 데이터, 신고 데이터 등과의 교차 비교를 통해 재무 거래, 세금 신고, 재고 관리 등과 관련된 이상행동을 감지하고 식별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보고서는 세무조사 시 기업에서 클라우드 내 데이터를 삭제하려는 시도를 방지하고, 자료 은폐를 막기 위해 삭제 기록 분석 및 삭제 시점 기반 데이터를 추가로 추출하는 기술, 그리고 암호화된 사내 커뮤니케이션 기록과 클라우드 내 삭제기록으로부터 세무상 중요 이슈 가능성을 판별하는 기술, 외부 SNS 데이터 등과 기존 데이터를 결합해 활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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