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리스크, 금융당국 압박에 보험사들 120% 수준으로 환급율 낮춰

불완전판매 우려, 소비자 저축성보험 적합 여부 꼼꼼히 따져봐야

연복리로 환산하면 5% 수준의 비과세 혜택의 목돈마련 기회에 수많은 소비자가 몰렸고,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130% 이상의 환급율을 내세우며 판매에 열을 올렸던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 금융·과세당국이 돋보기를 들이대며 압박을 가했다. 이달 들어 보험사들은 120% 수준으로 몸을 낮추기 시작했고 보험 소비자들은 목돈 마련 기회가 줄었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이 보험사와 보험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자리매김할 즈음, 금융당국이 현장점검 등을 통해 적극적인 압박을 가한 이유와 과세당국이 비과세 성격의 종신보험에 과세의 잣대를 들이대는 배경을 살펴보자.

단기납 종신보험이란 5년, 7년, 10년 등 상대적으로 납입기간이 짧고, 종신보험의 사망 보장과 단기간에 해지 환급금 100%에 도달하는 할 수 있는 상품이다. 즉, 5년 또는 7년간 보험료를 납입하면 보험금을 사망시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가입 후 10년째 되는 시점부터 원금의 130% 이상을 받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자소득세 면제 등 비과세 혜택까지 받는 만큼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보험사들의 입장에선 보장성보험인 단기납 종신보험이 지난해 도입된 회계제도(IFRS17)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단기간에 쉽게 끌어올릴 수 있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던 이유다.

금융당국은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이 저축성보험 성격으로 팔려나가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 발생 우려와, 동시에 추후 대규모 환급금 지급에 따른 보험사들의 유동성 위기 발생 가능성 등을 이유로 높은 환급률의 단기납 종신보험의 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은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이 보험사 간의 경쟁으로 과열되는 조짐을 보이자 지난달 22일부터 현장점검을 벌였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경우 10년 뒤 대량 계약 해지가 발생하면 막대한 자금이 빠져나가 생보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환급리스크에 따른 향후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 우려와 불완전판매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상품 개발은 각 보험사의 자율에 맡기지만, 특정 상품의 과열 경쟁으로 인한 불완전판매 등의 부작용은 우려해야 할 사안”이라며 "해지환급 시점인 10년 후 보험사의 재무 리스크가 급격히 커질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도 단기납 종신보험이 비과세 상품으로 혜택을 받는게 합당한지 법률 검토 후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였다. 사망 보장이 본질인 순수보장형 보험보다는 비교적 짧은 납입 기간 대비 높은 해지환급금을 받는 저축성보험으로 봐야 한다며 이자차익이 한도를 초과할 경우 현행 소득세법에 따라 과세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이 금융·과세당국의 개입에 보험사들은 이달 들어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낮추며 자세를 낮췄다. 금융당국이 환급률 상한선을 130%로 제한하자 일부 생보사들은 상한선보다 불과 3~4% 낮은 120%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대부분 보험사들은 5~10% 낮춰 판매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130% 상한선에서 불과 3~4% 소폭 낮춘 보험사로는 DGB생명 126%, ABL생명과 처브라이프생명 125% 등 3곳은 120% 후반대를 유지했다. 신한라이프가 단기납 종신보험 7년 납입 10년 유지 환급률을 135%대에서 122%로 낮췄고, 한화생명은 130.7%에서 122.4%, 동양생명도 130%에서 124%까지 낮췄다. 해당 상품에 대해 NH농협생명과 하나생명은 판매를 중단했다.

보험업계는 단기납 종신보험 유지 환급률 경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 소비자들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단기납 종신보험은 사망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종신보험 상품으로 목돈마련 목적의 저축성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순수보장성보험의 경우 ①만기에 환급되는 금액이 납입보험료를 초과하지 않는 보험계약으로서 ②저축 목적이 아닌 피보험자의 사망·질병·부상·자산의 훼손만을 보장하며 ③만기나 계약기간 중 생존을 사유로 지급하는 보험금이 없는 경우 월 보험료 150만원 계산시 제외된다.

보험업계 및 세무 전문가들은 단기납 종신보험도 월납 보험료 150만원을 넘기면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입 시 한도를 꼭 확인할 것을 당부한다. 저축상품에 비과세 혜택을 주려면 5년 이상 매달 동일한 납입액이 보장돼야 하며 한도는 인당 150만원이다. 이 조건으로 10년을 유지하게 되면 이자에 대한 15.4%의 소득세를 물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과세 한도는 한 사람이 가진 저축성·보장성 보험을 모두 합산한다. 특히 보험차익을 포함한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합산해 2000만원을 넘길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돼 초과 금액에 6~4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보험 외 다른 금융상품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까지 합산해 계산하지 않으면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단기납 종신보험의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우려도 크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만기 때 환급률이 높아 저축성 보험처럼 판매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소비자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가입할 경우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납입기간이 짧기 때문에 납입기간 동안 환급률이 낮게 설계돼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납입기간 내 해지한 경우 납입한 보험료의 절반 이상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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