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탁주 종량세 물가연동제 폐지에

생맥주 20% 세율감면 제도 2년 연장

소주·위스키 기준판매비율 제도 도입

감세만 하는 정부…세수펑크는 56조

작년 11월 김태호 국세청 차장이 가락시장 인근 식당을 방문해 주류 가격 현황을 살피고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작년 11월 김태호 국세청 차장이 가락시장 인근 식당을 방문해 주류 가격 현황을 살피고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우리나라는 50년간 유지하던 종가세(출고 가격 비례) 주세 제도를 지난 `19년 맥주와 탁주에 한해 종량세(출고량 비례) 제도로 전환했다. WTO 체제는 국산 주류와 수입 주류 간 세부담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종가세와 종량세 제도를 혼합해 운영 중이지만 세계적으로 드문 케이스이다. OECD 국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요국은 주세를 종량세로 운영 중이다.

종량세 전환의 취지는 수입 가격만 세금에 반영되는 수입 맥주와는 달리 국산 맥주는 원가에 홍보비용, 유통비용도 반영돼 국산 맥주가 세부담이 높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소주의 경우 위스키에 반해 가격이 낮아 종가세에서 낮은 세부담 혜택을 누려왔다.

맥주가 종량세로 바뀌면서 맥주 용기인 캔은 생산비용이 가장 높고 케그는 생산비용이 낮아 결과적으로 캔맥주의 세부담은 줄었지만 생맥주의 세부담은 증가하게 됐다. 정부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생맥주에 대해서는 20% 세율감면을 2년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경제 전반이 어려워지자 세율 경감 기간을 2년 더 연장했다.

세금을 2년 더 깎아준다고 한 것에 더해 정부는 ‘물가연동제’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으로 주류 가격이 매년 조금씩 비싸지면서 종가세 하에서는 세금이 늘고, 종량세 하에서는 세부담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에 정부는 물가연동제를 통해 매년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해 맥주와 탁주의 종량세 세율을 조정해 왔다.

그러나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물가연동제에 의한 주세 인상이 ‘술값 폭등’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맥주와 탁주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폐지하고 법정세율의 30% 범위에서 조정하는 탄력세율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종량세 물가연동제 시행 이후 맥주 1병(500㎖)당 세금은 3~15원 수준 올랐지만, 맥주 가격은 500~1000원 인상돼 소비자 부담이 대폭 증가했다.

`22년 기준 전체 주류시장 규모는 9조9703억원으로 10조원에 달한다. 희석식 소주와 맥주가 전체의 81.6%를 차지하는 8조1328억원을 기록했다. 납부할 세액만 하더라도 2조7938억원이다.

맥주와 탁주에 대한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폐지하고, 생맥주에 대한 20% 세율감면도 2년 더 연장하는데, 정부는 국산 소주와 위스키 등도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발표했다. 바로 ‘기준판매비율’ 제도의 도입이다.

기준판매비율은 개별소비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비율인데, 제조장 반출 가격에 해당 비율을 곱한 금액을 과세표준에서 제외한다. 따라서 기준판매비율이 커질수록 주류에 붙는 세금이 줄어 출고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정부는 소줏값이 인하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에는 56조4000억원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이처럼 역대급 세수 결손인 상황에서 종량세 물가연동제 폐지는 또다시 세금을 깎아준다는 의미다. 소주에 적용하는 기준판매비율 적용 역시 감세 정책이다.

최근 강남지역의 음식점에서는 소주 한 병을 8000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도매사들이 소주 가격을 인상한 대로 받고 있어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주류의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 전기요금 등이 올라 자영업자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소줏값을 다시 내리기는 어렵다고 호소한다.

서민을 위한 ‘감세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정부가 56조가 넘는 세수 결손을 내고도 별다른 대책 없이 총선을 앞두고 여러 감세 정책만을 내놓는다면 향후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총선이 끝나면 담뱃값이 오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서민들을 위한 대책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