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계약금 2500억원 소유권은 아시아나항공"...“소송 상고 예정”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관문인 14개국 승인 절차 중 미국 심사만 남겨놓고 올해 상반기 안에 미국 승인을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5년 전 아시아나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HDC현대산업개발이 계약금으로 준 2500억원의 소유권이 아시아나항공에 있다는 판결이 연이어 나왔다.

21일 아시아나항공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고법 민사16부(김인겸·이양희·김규동 부장판사)는 아시아나항공·금호건설이 HDC·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낸 질권(담보) 소멸 통지·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지난 2019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HDC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총 2조5000억원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아시아나항공에 2177억원, 금호건설에 323억원 등 총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계약금으로 건넸다. 그러다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재실사를 요구했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 등은 HDC의 인수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며 이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고 계약은 2020년 9월 최종 무산됐다.

이후 양측은 계약 무산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등 계약금의 향방을 가르는 법정 분쟁에 돌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계약금 반환 의무가 없고 질권도 소멸했다는 취지로 2020년 11월 소송을 냈다. 2022년 11월 열린 1심은 아시아나항공의 승리였다. 재판부는 "인수 계약 적법하게 해지돼 계약금 채무와 질권이 소멸됐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HDC와 미래에셋이 연대해 아시아나항공에 10억원, 금호건설에 5억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덧붙였다

HDC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해 5월 24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을 상대로 총 2010억원 규모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반소)을 제기했다. 피청구 금액은 아시아나항공 1752억원, 금호건설 258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해 7월 7일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청구 금액은 아시아나항공 약 425억원, 금호건설 65억원으로 총 490억원이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재판부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재협의를 요구한 것은 이행 거절에 해당하며, 이를 이유로 한 아시아나항공 등의 인수계약 해제는 적법하다"면서 아시아나항공·금호건설이 현산·미래에셋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2500억원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등의 재무·영업상태가 크게 악화한 것에 대해서도 코로나19에 따른 '천재지변'이라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며 2019년 말 상황은 회계정책 등에 기인한 것으로 역시 예외 사유라고 판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가져가는 액수가 일반적인 도덕관념에 어긋나 무효라는 HDC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액수가 고액이긴 하지만 총인수대금의 규모, 거래 무산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유무형 손해 등까지 고려하면 과도하게 무겁다고 볼 수 없다"며 "인수계약에는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 '상당하고 합리적인 금액 임을 인정한다'고 기재돼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판결에 아시아나항공은 “당연한 결과로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HDC 측은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해 향후 절차를 성실하게 이행하기 바란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HDC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과정 중 매도인 측의 귀책으로 발생한 부정적 영향이 판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이 유감이다”라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하는 등 주주와 이해관계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잘못 발을 들여놨다가 막대한 손해를 본 HDC현대산업개발은 1심에 이어 연달아 패소하면서 질권 소멸로 아시아나항공에 10억원, 금호건설에 5억원을 추가 지급해야 할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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