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앞두고 연일 계속되는 창업자 오너일가 '공방전'

개인 최대주주 '통합반대',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소액주주

한미약품연구센터
한미약품연구센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의 최대 분수령은 오는 28일 예정인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이다. 그룹 통합을 추진하는 송영숙회장·임주현 사장 측에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형제가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 결과도 이번주 중 나올 예정이며, 이사회에서 통합을 결정할 이사 선임도 주총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치열한 공방이 오가면서 남은 3일간 양측은 주주들의 표심 모으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OCI그룹과의 통합 반대 입장에 서서 지난 1월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신주 발행은 보통 일정 비율로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발행해 주는데 반해 제3자 배정 방식은 기존 주주가 아닌 특정인에게만 신주를 발행해주는 방식으로, 주로 기업 결합의 수단으로 많이 이용된다. 다만 기존 주주의 지분을 희석시켜 떼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주주권 침해 우려가 있는 만큼 상법에는 '긴기술 도입, 재무 구조 개선' 등과 같은 경영상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형제는 송 회장 측이 통합을 추진하면서 제약기업도 아닌 OCI로부터 신기술을 도입할 것도 없고 한미그룹이 수익을 내고 있어 긴급 자금을 끌어올 이유도 없는데 제3자 배정 방식으로 643주 신주 발행과 보유 주식 744만주 등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OCI에 넘기려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은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기 위해서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필요하다며 OCI그룹의 풍부한 자금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재판부가 주주총회 전에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신청을 기각한다면 통합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반면 신주 발행 금지 결정을 내리면 그룹간 통합은 초반부터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번 주총에서 송 회장 측과 반대편인 형제 측이 보유한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표 대결의 향방은 주요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지분 12.15%)과 국민연금(지분 7.66%)의 결정에 달려 있을 것으로 관측돼 왔다.

한미사이언스가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 12.56%, 임주현 사장 7.29%와 친인척 보유분 4.25%, 가현문화재단 4.9%, 임성기재단 3.0% 등의 지분을 합한 모녀 측의 지분율은 32%다. 이에 맞서는 임종윤 사장 12.12%, 임종훈 사장 7.20%와 특수 관계자의 지분을 합하면 28.4% 수준이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경기 김포) 후배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그는 OCI와의 통합이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다가 지난 23일 처음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기업가치가 더 이상 훼손되기 전에 이제라도 주요 주주로서 명확한 의사표현을 통해 회사의 발전과 주주가치 회복 및 제고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아들인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구성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선대 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된 재단들이 일부 대주주들의 의사결정에 개인 회사처럼 활용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며 가현문화재단(4.9%)과 임성기재단(3%)의 지분이 통합 찬성 의결에 활용되는 점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모녀 측은 “OCI그룹과의 통합은 결코 대주주 몇명의 개인적 목적을 위해 추진된 것이 아니다”라며 “상속세 재원 마련이 통합의 단초가 됐지만 그것 만으로는 통합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한미’라는 비전에 도달하기 위한 이사회의 결정과 판단이 있었다”며 “주주들이 한미의 미래를 선택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이 임종윤·종훈 형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보유 지분 28.4%에다 신 회장의 12.15% 지분을 합치면 형제 측의 지분율은 40.57%가 된다. 형제 측이 모녀 측보다 지분율이 약 8%포인트 앞선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7.66%)과 소액 주주 등 기타주주(16.77%)의 표심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미사이언스의 이번 주총은 특히 이사 선임 안건이 중요해졌다. 그룹 통합을 위한 송 회장과 한미그룹이 밀고 있는 이사 후보 6명과 이와 반대 입장에 선 임씨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5명을 놓고 주총에서 표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회사 측은 임주현 실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6명을, 형제는 자신들을 포함한 5인을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어느 쪽이 이사회 이사 10명 가운데 다수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OCI와의 통합이 결정된다.

한편 한미사이언스는 최대 주주인 신동국 회장의 반대 입장에도 기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겠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임직원 모임인 한미사우회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가 ‘OCI그룹과의 통합을 찬성한다’고 입장을 결정하고, 이번 주총에서 통합 찬성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현재 한미그룹의 모든 임직원들도 현 경영진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으며, 통합 이후 펼쳐질 한미그룹의 미래가치에 큰 기대를 품고 있다"며 "일련의 시간이 흐른 후, 대주주 일가 모두가 화합하고 협력하는 모습도 주주들에게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주현 사장은 “오빠와 동생(임종윤·종훈)은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과 함께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다”며 “OCI와 통합이 마무리되면 향후 3년간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 없이 예탁할테니 오빠와 동생도 3년간 지분 보호예수를 약속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임 사장은 형제 측에 상속세 잔여분 납부에 관한 구체적 계획과 자금 출처를 밝히라고 요구하며 “무담보로 오빠에게 빌려줬던 대여금 266억원도 즉시 상환하라”고 덧붙였다.

송 회장 등 한미그룹 일가는 2020년 타계한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식 2308만여주를 상속받았고, 상속세로 5400억원 규모를 부과받은 송 회장과 자녀들은 5년동안 이를 분할해서 납부키로 했다. 현재 절반 이상 납부했으나 아직 2000억원 이상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임 사장의 ‘보호예수’ 제안에 임종윤·종훈 형제는 “저의가 무엇이냐”며 “고(故)임성기 선대 회장님이 한 평생을 받쳐 이룩한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식에 대해 한 번도 팔 생각을 해 본적 없고, 앞으로도 그 어떤 매도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월 회사의 주요 주주들 몰래 50년 전통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OCI에 통째로 넘기고, 상속세 해결을 위한 합병이었다고 일부 인정한 상황에서 이런 맥락 없는 제안을 갑자기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반박했다.

미약품그룹의 미래가 달려있는 경영권 분쟁에서 법원의 신주 발행 가처분 판단이 주목되고 있고, 이에 따른 한 28일 주주총회 당일까지도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창업자 오너일가의 공방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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