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있는 주식 52% 주주제안 이사 5인 선임

한미·OCI "주주들 뜻 받아들이고 통합 절차 중단"

한미약품연구센터
한미약품연구센터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놓고 창업주 일가인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임종윤·종훈 형제가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인 결과 형제 측이 압승으로 결론이 났다. 이로써 OCI그룹과의 통합도 차질을 빚어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28일 경기도 화성시 신텍스컨벤션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모녀 측에 서있는 이사회 추천 이사 후보 6인 선임을 모두 부결하고, 형제 등이 내세운 주주제안 후보 5인 전원 선임을 확정했다. 득표율은 의결권 있는 주식 수 기준 52% 대 48%로 간발의 표차로 끝났다.

이날 주총은 대리출석을 포함해 의결권 있는 주식의 88%가 출석하며 결의 요건을 갖췄지만 당초 계획인 오전 9시보다 3시간 넘는 오후 12시 30분경 시작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주총 현장을 지켰지만 송영숙·임주현 모녀는 참석하지 않았고 이우현 OCI 회장이 참석했다.

송영숙 회장을 포함해 4명의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주현·이우현 사내이사, 최인영 기타비상무이사, 박경진·서정모·김하일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형제 측은 임종윤·임종훈 사내이사, 권규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사외이사를 내세웠다.

앞서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임종윤·종훈 형제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은 치열한 지분 싸움을 벌이면서 우군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형제 측이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우호 지분을 40.57%로 늘려나갔고, 반면 국민연금(7.66%)이 회사 측을 지지하면서 모녀 측도 42.66%의 우호 지분을 확보해 우세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양측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날 주총에서 표대결을 펼친 결과 소액주주를 비롯한 16.77%의 표심이 이날 표 대결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사회 측 후보 6명은 모두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되고, 출석 의결권 과반 이상(52%)의 지지를 받은 형제 측 이사 후보 5인이 선임됐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기존 이사 4인과 주주제안 이사 5인으로 이질적인 복합 구성원이 만들어졌다. 주주제안 이사 5명이 합류하게 되면서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던 한미그룹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공산이 높아졌다.

최대주주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주도해 OCI그룹과 경영을 통합을 추진하면서 구주매각과 현물출자, 신주인수 등을 통해 OCI홀딩스가 7703억원을 투자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려는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사실상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사실상 무산됐다.

주총 직후 한미약품 측은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고, OCI 측도 “주주들의 뜻을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를 중단한다.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라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통합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임종윤 이사는 주주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주주가 주인인데, 주주가 이겼기에 주주들이 원하는 회사로 갈 것”이라며 “주주들에게 고맙고, 앞으로 회사 발전을 위해서 커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더 이상 이 같은 불미스러운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주주환원 정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5일 사장 자리에서 해임된 임종윤·종훈 형제는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할 전망이다. 향후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대로 형제간 경영체제에서 어떤 혁신적 발전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