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이 아닌 국세청 내부의 훈령을 근거로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세금을 부과한 경우 그 부과처분이 적법한 처분인지 여부

1. 사실관계와 쟁점

A회사는 치과용 의료기기 제조 및 판매를 주된 영업으로 하는 회사이고, A회사의 주된 고객은 치과의사, 치과병·의원이다. A회사는 2014년경부터 수차례에 걸쳐 임플란트를 ‘OOO 특별판매’라는 명칭의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하면서 일정금액 이상의 상품을 구매하는 치과병원과 의원에게 해외경비를 지원하였다.

A회사는 위와 같이 고객들에게 지급한 해외여행경비를 판매부대비용으로 보아 손금에 산입하여 2014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그런데, 감사원은 국세청에 대한 감사결과, 해외여행경비 지원은 제품 홍보 등 일반적인 판촉활동을 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치과병·의원과의 관계개선 및 유인 목적이 더 크고, 그 지원액 역시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하여 과대한 이익을 제공하였으므로 이를 접대비로 보아 손금불산입한 후 법인세를 부과징수하여야 한다는 시정권고를 하였다.

위와 같은 감사원의 지적에 있자, A회사의 관할세무서장은 해외여행경비 지원비용을 접대비로 보아 접대비 한도 초과액을 손금불산입한 후, 세법상 근거 없이 국세청 훈령만을 근거로 하여 A회사에게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2014년 귀속 법인세를 부과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과세관청이 법령이 아닌 국세청 내부의 훈령을 근거로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세금을 부과한 경우 그 부과처분이 적법한 처분인지 여부이다.

2.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두52326 판결: 과세예고통지를 생략하거나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한 부과처분은 위법한 처분임

대법원은,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아니하고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 대하여 적용되며, 세무공무원이 과세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적법절차의 원칙은 마찬가지로 준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911 판결 참조).

한편, 과세예고통지는 과세관청이 조사한 사실 등의 정보를 미리 납세자에게 알려줌으로써 납세자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여 과세전적부심사와 같은 의견청취절차에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자신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처분의 사전통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또한 과세처분 이후에 행하여지는 심사․심판청구나 행정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어 효율적인 구제수단으로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점과 대비하여 볼 때,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과세관청이 위법․부당한 처분을 행할 가능성을 줄이고 납세자도 과세처분 이전에 자신의 주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예방적 구제제도의 성질을 가진다.

이러한 과세예고통지와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1999. 8. 31. 법률 제5993호로 국세기본법이 개정되면서 납세자의 권익 향상과 세정의 선진화를 위하여 도입되었는데,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자가 청구할 수 있는 과세전적부심사는 위법한 처분은 물론 부당한 처분도 심사대상으로 삼고 있어 행정소송과 같은 사후적 구제절차에 비하여 그 권리구제의 폭이 넓다.

이와 같이 사전구제절차로서 과세예고통지와 과세전적부심사 제도가 가지는 기능과 이를 통해 권리구제가 가능한 범위,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 경위와 취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 침해를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통제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국세기본법 및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이 과세예고통지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거나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에 앞서 필수적으로 행하여야 할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과세처분의 효력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통제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이 감사원의 감사결과 처분지시 또는 시정요구에 따라 과세처분을 하는 경우라도 국가기관 간의 사정만으로는 납세자가 가지는 절차적 권리의 침해를 용인할 수 있는 사유로 볼 수 없고, 그와 같은 처분지시나 시정요구가 납세자가 가지는 절차적 권리를 무시하면서까지 긴급히 과세처분을 하라는 취지도 아니므로, 위와 같은 사유는 과세관청이 과세예고통지를 생략하거나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의의

최근 들어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함에 있어서 절차적 적법성을 엄격하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판결을 계속해 오고 있다.

즉,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이 정한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하여 과세자료를 수집하고 그에 기하여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어긴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911 판결).

또 중복조사가 허용되는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3조의2 제2호 전단에 정한 ‘각종 과세자료의 처리를 위한 재조사’에서의 ‘각종 과세자료’란 세무조사권을 남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행사할 우려가 없는 과세관청 외의 기관이 직무상 목적을 위하여 작성하거나 취득하여 과세관청에 제공한 자료로서 국세의 부과ㆍ징수와 납세의 관리에 필요한 자료를 의미하고, 이러한 자료에는 과세관청이 종전 세무조사에서 작성하거나 취득한 과세자료는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4두43257 판결).

또한 대법원은, 구 국세기본법(2002. 12. 18. 법률 제67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의3에서 재조사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라 함은 조세의 탈루사실이 확인될 상당한 정도의 개연성이 객관성과 합리성이 뒷받침되는 자료에 의하여 인정되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하고(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두10461 판결), 이러한 자료에는 종전 세무조사에서 이미 조사된 자료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두6083 판결).

대상 판결은 위와 같이 절차적 적법성을 강조하는 최근 판례의 경향을 반영한 판결로서, 헌법상 원칙인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의 원칙이 형사소송절차 뿐만 아니라 국세부과절차에도 당연히 미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확인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국세청이 조세를 부과함에 있어서는 국세청 내부의 훈령에 근거하지 말고 세법이 보장하는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세법에 정해진 절차를 반드시 준수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일깨워 주었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글, 유철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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