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영의 세정에세이]

‘명예퇴직(명퇴)’시즌이다. 후진들을 위한 ‘용퇴’로도 불린다. 정부 부처 중 국세청에서만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특이한 문화로 서기관이상 고위간부들이 정년보다 2년가량 앞서 공직을 마무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명퇴는 대개 1년에 두 번 정도 몰아서 이뤄진다. 6월말, 12월말. 즉 상·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6월 중순을 달리면서 국세청 간부들의 명퇴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 시즌의 명퇴대상은 1955년생 간부들이라고 한다. 올해 대상자는 약 40여명이지만 상반기에 해당하는 간부는 20여명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세청의 명퇴는 대부분 일선 세무서장들이 용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대개 자신이 근무했던 지역에 세무사사무실을 열어 세무서장이라는 ‘갑’에서 갑자기 납세자인 ‘병’을 대변 하겠다면서 ‘을’을 자처한다. 

이번 명퇴시즌에서 무엇보다 관심은 56년생 중에서 누가 명퇴를 신청할 것인가 하는 것과, 3급 이상 고위직이 포함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 취임한 김덕중 국세청장이후 재신임을 받아 살아남은 두 명의 지방청장에게로 시선이 쏠린다. 

국세청은 지난 4월 김덕중 청장이 새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차장, 서울·부산·대전지방국세청장이 나란히 옷을 벗었다. 이들은 지난해 7월에 지방청장으로 부임해 4월 10일 퇴직할 때까지 9개월가량 근무했다. 

지금 후배들의 눈길을 받고 있는 지방청장은 대구(신세균)와 광주지방국세청장(임창규)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일 어렵사리 지방청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따지자면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들이다. 가령 이들이 이번에 후진들을 위해 명퇴를 한다면 겨우 7개월 남짓 근무하게 되는 것이다. 

조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참 얄궂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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