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신임 국세청장 후보자로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현직 국회의원 출신 최초의 국세청장 지명이다.

국세청장은 그동안 국세청 차장, 서울청장 등 1급 후보군 중에서 배출돼 왔으나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부산청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김창기 전 청장을 윤 정부 초대 국세청장으로 지명하며 최초의 퇴직자 출신 국세청장이 탄생한 바 있다.

이번 이재명 정부에서도 초대 청장에 퇴직자 출신이자, 현직 국회의원인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세청장으로 지명하면서 두 번째 퇴직자 출신 국세청장의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본청 조사국장 출신이 국세청장이 되는 것은 5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국세청장이 되기 위한 엘리트 코스로 꼽혔던 본청 조사국장 출신 이력이 김현준 전 청장을 마지막으로 맥이 끊겼었으나, 5년 만에 다시 본청 조사국장 이력을 가진 임광현 의원이 지명되면서 조사국장 타이틀이 다시 떠올랐다.

임광현 후보자는 뼛속까지 ‘조사통’ 출신이다. 그의 이력 대부분은 조사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임용 이후에도 일선세무서 조사과장, 서울청 조사1국, 본청 조사국 등에서 근무하다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비서관실 파견을 갔다 왔고, 이후에도 서울청 국제조사3과장, 본청 조사기획과장, 부산청 세원분석국장, 중부청 조사1·4국장, 서울청 조사 1·2·4국장, 본청 조사국장 등 국세공무원 생활의 대부분을 조사국에서 보냈다.

특히 임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는데, 기업들의 저승사자이자 국세청 중수부라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장’을 역임하면서 이후 서울 시내 대기업의 조사를 맡는 서울청 조사1국장, 그리고 본청 조사국장에 곧바로 서울지방국세청장까지 영전했다. 또한 국세청 이인자인 국세청 차장까지 고공단 1급 시절을 약 2년이나 지내고 명퇴했다.

그의 이력만 본다면 다양한 국세행정 경험을 했다기보다, 조사 업무에서 역량을 보여준 임 후보자의 능력을 높게 샀다고도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광현 후보자 내정 이유로 ‘풍부한 국세행정 경험, 경제정책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춘 경제전문가로 뛰어난 정무 감각과 기획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국회에 입성한 이유 민주당의 조세전문가로 활약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이 신임 국세청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국가재정 수요의 안정적 확보, 민생 안정, 경제 회복, 공정과세 실현 등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도 탄핵으로 인해 인수위 없이 정권이 출범했는데, 당시에는 국세청장 후보를 살필 때 ‘다주택자 여부’ 등 다양한 요소가 검증 대상이었던 반면 이번 이재명 정부에서는 영전을 기다리고 있는 내부 출신보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고려 대상이 됐다는 점이 과거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로 분석된다.

임 후보자는 국세청 차장이었을 당시 임성빈 서울청장, 김재철 중부청장, 강민수 대전청장 등 동시대에 함께 했던 이들과 차기 국세청장 후보로 경합할 예정이었다. 정권교체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차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하게 됐다.

다만 임 후보자가 국회의원 신분이라 하더라도 윤석열 정권에 이어 이재명 정권에서도 ‘퇴직자’ 출신을 국세청장 후보로 세우면서, 퇴직자들의 국세청장 영전 활로가 활짝 열리게 됐다. 업계에서는 ‘꺼진 불도 다시 보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현재 국세청에서 근무 중인 고위직과 고위직 진입을 노리고 있는 이들은 사실상 향후 1급 승진 이후 국세청장 영전을 노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퇴직 후 행보에도 신경을 쓰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임 후보자의 지명으로, 국세청 고공단 가급 혹은 가급 퇴직자들이 각자 비슷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국세청장이 되는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정치권에 연이 있는 자만이 국세청장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누구보다도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이지만 누구보다도 정치적일 수밖에 없게됐다.

한편, 임 후보자는 현 국세청장인 강민수 국세청장보다 3년 앞선 지난 `22년 7월 퇴직했지만, 행시37회인 강 청장보다 1기수 후배인 행시38회다. 이에 따라 임 후보자가 국세청에 복귀하더라도 행시 최고참이 된다. 현재 국세청 고위직 중 강민수 청장을 제외하면 최재봉 차장이 행시39회로 최고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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