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우리나라 법인세 납부 1위 기업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높인다는 뜻은 사실상 삼성전자에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하겠다는 뜻이다. 반대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겠다는 것은 삼성전자에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법인세율이 높아 기업들이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1%를 깎아줬다. 이후 법인세 납부 1, 2위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23년 모두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했다.

전 정부에서 세금을 깎아줬기 때문에 기업들이 법인세를 내지 못해 세수 절벽 현상이 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이야기다. 삼성전자가 법인세율이 낮아서 세금을 내지 못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법인세 실효세율 1% 인하되면, 투자는 0.2% 늘어난다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로 이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법인 투자 결정은 세금이 많고 적음만으로 결정되는 사안은 아니다.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이들은 세금 감면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말 IT버블 붕괴 이후 3~4년간 설비투자 증가율이 정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제조업종 유형자산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 투자 대상도 점차 축소했다. 또한, 이 시기 외국자본이 우량기업에 집중적으로 들어오자 경영권 방어가 중요 문제로 부각되면서 투자보다 현금 보유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처럼 기업 투자부진이 지속되자 법인세 부담 경감을 통해 투자를 진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책연구가 나오면서 법인세 인하의 주요 논거로 이용되고 있다. `16년 11월 발간된 KDI정책포럼에서 남창우 연구위원은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 1%p 인하될 때 투자율이 0.2%p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 경영진이 사익 추구, 불법적으로 회사자금을 유용하면서 법인세율 인하 효과는 줄어드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우리나라는 경영진이 영업이익 및 현금성 자산의 0.09%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미국의 0.01%(2014년 기준)보다 9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의 사익 추구가 가능한 환경에서는 법인세율 인하 효과가 2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의 사익 추구 행위도 영향을 미치지만 앞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례에서 봤듯 반도체 시장의 불황 등 시장 상황도 기업 투자 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성장률이 0%대에 진입하면서 법인세율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법인세율 높았을 때 오히려 수익성 지표 더 좋았다

반면 나라살림연구소의 이종석 회계사는 ‘2013~2023년 법인세 최고세율과 실효세율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업 경영을 옥죈다는 비판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보고서의 기업 핵심 경영지표 분석 결과,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였던 `18~`22년의 성장성, 수익성 지표가 법인세 최고세율이 22%였던 `13~`17년에 비해 훨씬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고도 덧붙였다.

이 회계사에 따르면 동일한 법인세율 체계가 적용된 `13~17년(법인세 최고세율 22%), `18~`22년(법인세 최고세율 25%)을 구분해서 비교해 봤을 때, 법인세 최고세율이 더 높았던 `18~`22년의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 관련 지표가 그 이전 5년에 비해 더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액증가율은 `18~`22년 평균이 7.08%로 `13~`17년 평균의 3.1%보다 두배 이상 높았고, 총자산증가율도 `18~`22년 평균이 8.44%로 `13~`17년 평균 5.7%보다 2.74%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활동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수익성 관련 지표에서도 `18~`22년 평균(매출액영업이익률 4.82%, 매출액세전순이익률 4.8%)이 `13~`17년 평균(4.86%, 4.32%)와 엇비슷하거나 개선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 회계사는 “한 해 동안의 결과이긴 하지만 모든 과세 구간의 법인세율을 1%p 낮춘 `23년의 경우 성장성과 수익성 관련 모든 지표가 법인세율이 높았던 직전 5년 평균에 비해서 모두 낮아진 결과를 보이고 있다”며 “법인세 최고세율 3%p 인상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경영활동과 투자활동이 위축되었다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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