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길 / 여수세무서

 

긴 무명을 딛고 온 몸을 노래하는 가수처럼

여름 한 나절을 완창完唱하는 매미가 있네

 

나무 위는 너와 내가 불붙은

천국의 건널목

 

땅 밑 칠흑시절부터 탈피하리라 결림 깊이

풀어내던 아니리*가 있네

 

좌절, 소외, 분노, 모든 빛깔을 한 목소리로 삭혀낸

세레나데 청아한 완창이 있네

 

나의 완창은 너를 깨닫는 폭열暴熱의 과정, 매 순간마다

생각하고, 노래하고, 기원하는 일

 

아름다운 세상이란 스스로 깨어난 꽃잎들이

분수噴水처럼 제 노래의 완창을 터트리는

지점이네

* 아니리 : 판소리에서 소리와 소리 사이 가락을 붙이지 않고 이야기하듯 줄거리를 설명하는 부문


[김군길 시인 프로필]

△현재 여수세무서 근무

△2013년 국세가족문예전 대상 수상

△2016년 『애지』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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