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억 예산 주무르고…일약 국세청장과 같은 자리…초고속 ‘신분상승’

정치력에 따라 국회의원직 진출도 가능…1만3천 세무사들의 ‘신기루’
 

▲ 지난 2017년 6월 30일 제30대 한국세무사회장으로 이창규 회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당선된 후 기뻐하고 있다.
▲ 지난 21일 광주에서 열린 `19년 개정세법 해설교육을 위한 회원보수교육장에서 차기 세무사회장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인물들이 교육에 참석하는 회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회장 '직함'을 잡아라! 10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차기 한국세무사회장직을 쟁취하기 위한 물밑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설 명절을 보내면서 차기 한국세무사회장을 꿈꾸는 세무사들은 저마다 보유한 회원들의 전화번호를 통해 회원들에게 새해인사를 겸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문자’를 날렸다. 그리고 일부 세무사들은 작은 뜻이 담긴 선물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차기 세무사회장에 출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

차기 세무사회장 선거는 6월 중순부터 전국지방세무사회를 순회하면서 투표가 이뤄지고, 6월말경 본회 정기총회에서 개표된다. 첫 지방회 총회(지난해 6월 19일 서울회 총회 개최)부터 선거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후보자 등록은 한달전쯤(5월 중순) 이뤄진다.

그리고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세무사회의 회원대상 개정세법해설 회원보수교육 현장에는 차기 한국세무사회장을 꿈꾸는 인물들이 얼굴을 드러냈다. 예비후보들의 움직임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후보등록전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이 막을 올린 것이다.

◆ 왜 세무사회장을 꿈꾸나

한국세무사회장 자리를 차지하기위한 싸움은 소위 국회의원선거 빰친다. 저마다의 소신과 포부를 가지고, 세무사들의 안정적인 직업세계를 지켜내겠다는 공약을 만들어 한표를 호소하는가 하면 각 지방세무사회장들을 지지 세력으로 규합하기도 하고, 업계내에서 목소리를 키우기도 하는 각종 소모임을 내편으로 끌어들이는 등 선거운동은 치열하게 전개된다. 더욱이 후보등록이 마감되고 공식선거전이 펼쳐지면 상대후보를 헐뜯는 네거티브도 상상이상으로 터져나온다. 때로는 그 수위가 너무 높아 이러다가 세무사회 전체가 망가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한국세무사회장직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왜 이렇게 치열할까. 소위 ‘명예’ 때문이라는 점이 강하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세무사회라는 공조직의 수장이 되어보겠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 출마를 결심한다. 그리고 이익집단이지만 국가의 세수확보와 밀접한 업무를 하는 공공성이 강한 전문가단체로서의 위상 강화, 나아가 세무사들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위해서는 내가 최고의 적임자라면서 출사표를 던진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신의 명예를 높이는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세무사회장을 지낸 분들은 세무사회장직을 발판삼아 국회의원이 되거나, 또 되기위해 도전장을 던진 사례가 많다. 대부분 그랬다.

한국세무사회는 1만3천여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된다. 일반회비와 실적회비, 입회금 등으로 구분되어 연간 170억원이 넘는 예산을 주무르는 단체다. 여기에 회장에 당선되면 일약 유명인이 된다. 국세청장은 물론 장차관, 국회의원들과 만나면서 하루아침에 사회적 위상이 팍팍 올라간다. 세무사회 정기총회는 물론 세무사회가 주최하는 행사에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회장은 자신의 줏가를 높인다. 특히 국세청에서 6급이나 사무관으로 퇴직한 사람들에게는 높디높은 국세청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에서 분명 매력적인 자리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국세청 출신이 세무사회장에 당선될 경우 국세동우회(전현직 국세공무원 모임)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한다. 고위직이 아닌 국세청 출신이 언감생심 꿈꿀 수 없는 위상이다.

그래서 그동안 세무사회장 선거를 반추해보면 지방국세청장, 세무서장 출신, 사무관 출신, 6급~8급출신들이 저마다의 꿈을 펼치기 위해 도전을 해왔다. 그러나 그 자리는 지방국세청장 출신과 세무서장 출신들에게까지는 허용해 왔으나, 사무관 이하 출신들에게는 표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 `17년 당선된 이창규 현 회장이 유일하게 국세청 사무관 출신으로 세무사회장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그의 당선은 앞선 고위직 출신 회장의 회무운영에 염증을 느낀 회원들의 반란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는 6월 중순부터 막을 올리게 될 차기 세무사회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자천타천 예비후보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이번엔 누가 출마하나

김완일 현 세무사회 부회장, 김상철 현 세무사회 윤리위원장, 원경희 전 여주시장 등이 현 이창규 회장의 재선을 막겠다면서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이 포착됐다. 이창규 현 회장의 경우 주위에서 재선 도전을 지지하는 세력과 재선을 말리는 세력으로 나눠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 집행부 일원인 김완일 세무사는 `17년 선거에서도 회장직 도전을 선언했으나, 막판 꿈을 접고 현 이창규 회장 집행부 임명직 부회장으로 합류했다. 김완일 현 부회장이 회장직 도전을 선언한다는 것은 이창규 현 회장으로서는 아픈 부분이다. 자신이 임명한 부회장이 자신의 재선에 반기를 들고 ‘나도 회장 한번 해야겠소’라고 큰 소리치는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어 꿈은 꾸면서도 실제 출사표를 던질 시기만 저울질 해오던 김상철 현 세무사회 윤리위원장의 도전설이다. 김 위원장은 서울세무사회장을 단숨에 재선한 힘을 바탕으로 `17년 본회장직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선출직인 세무사회 윤리위원장이라는 막강한 회직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때를 기다려온 인물이다.

여기에 세무사들의 염원이었던 회계사에게 자동으로 주던 세무사자격제도를 폐지하는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원경희 세무사(전 여주시장)가 차기 회장직 도전을 위해 몸 풀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원 세무사의 경우 세무사회 부회장을 지낼 당시 세무사들의 숙원을 이뤄낸 실력이라는 무기를 장착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이와관련 지난 21일 세무사회의 회원대상 전국 순회교육 첫 날인 광주지방세무사회원들을 대상으로하는 개정세법 해설 교육현장에는 이창규 회장, 김완일 부회장, 김상철 윤리위원장 등이 회원들과 수인사를 하느라 여염이 없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이들은 본회 임원들이지만 본회 임원이 아닌 원경희 세무사도 멀리 광주까지 날아와 회원들에게 친절하게 악수하는 장면이 노출됐다. 이어 본회 임원이 아닌 임채룡 서울세무사회장, 이금주 중부세무사회장도 광주교육장에 나타나 회원들과 수인사를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들은 모두 자천타천으로 차기 세무사회장직 꿈을 꾸고 있는 인물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재선再選, 쉽지 않은 길

다가오는 세무사회장 선거는 현 회장 입장에서는 재선再選의 길이다. 그러나 세무사회 선거 역사상 재선의 길에 결코 탄탄대로는 없었다. 실제로 1997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조중형 세무사와 맞붙었던 세무서장 출신의 구종태 전 회장이 당선되어 재선을 했다. 당시 구 전 회장의 재선도 조 전 세무사가 다시 출마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구 전 회장의 재선은 상대가 약했다. 이후 세무사회장을 세 번이나 지낸 정구정 세무사였다. 그는 약관의 나이에 세무사에 합격해 세무사의 길을 걸어온 순수 세무사시험 출신으로 현 회장과 맞장을 떴다. 구 회장으로선 쉬운 상대였고, 무난히 재선했다.

세무사회장 선거는 이후 좀처럼 재선을 허락하지 않았다. 2009년 조용근 전 회장이 정치적 상황이 겹치면서 무투표로 당선된 것이 유일하다. 굳이 재선을 꼽는다면 정구정 전 회장이 ‘된다 안된다’를 놓고 세무사회의 분열을 가져왔던 3선(연임)을 이룬 것도 재선이라고 분류하면 그렇다.

세무사회장의 재선이 어려운 것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선거가 지난 `17년이었다. 세무사들의 제도를 쥐락펴락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지낸 차관급 출신 후보였던 백운찬 전 회장 역시 선거결과가 나오기까지 겉으로는 100% 재선에 문제가 없다고 봤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큰 표차이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같은 이유를 세무사들은 ‘후보는 공약으로 평가되고’, ‘현 회장은 실적으로 평가 받는다’는 회원들의 냉엄한 잣대에 의해 표심이 나눠진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따라 현 이창규 회장 역시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을 폐지하는 성과를 이루어내긴 했으나, 이 과정에서 보인 역할의 한계와 이후 세무사 시장을 송두리째 개방해야하는 위기를 몰고 온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대응력 부재 등에 의문부호가 생기면서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세무사업계가 현 회장의 무난한 재선이 아닌 차기 회장을 꿈꾸는 회원들이 저마다 적임자로 자처하면서 표밭갈이를 하게하는 단초이기도 한 부분이다.

현 국세청 사무관 출신의 첫 세무사회장,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출신의 첫 세무사회장이라는 기록을 세운 이창규 현 회장의 무난한 재선이냐, 아니면 새로운 회장의 탄생이냐를 두고 세무사업계는 뜨거운 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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