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제 시행 40년, ‘정영래 세무사’ 그의 논문이 궁금했다
건국대 행정대학원 ‘부가가치세제의 개선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

국세청 근무 24년, 세무사 활동 16년, 대학 강단 8년 ‘세금과 씨름’
 

부가가치세 시행 40년, 관련해서 괜찮은 논문이 없을까를 수소문했다. 박사는 아니지만 석사논문이었다. 그래서 만나자고 했다. 겸사겸사 맛집도 소개받고 싶었다.

국세청 경력 24년, 세무사 경력 16년, 40년간 세금을 연구하고, 대학교 강단에 서서 8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뜨거운 신앙심으로 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세금과 관련된 봉사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믿을 수 있는 세무사, 바로 ‘정영래 세무사’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3대 세목 중 하나인 부가가치세가 도입된 1977년, 정부는 부가가치세를 신설하면서 세무공무원의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세무공무원을 대폭 증원했다. 이때 정영래 세무사는 5급을류행정직공무원(9급공채)에 도전해 당당히 국세청에 발을 디뎠다.

지금은 사라진 한강세무서에서 시작해 서울지방국세청, 광화문세무서, 강남세무서, 관악세무서 등에서 근무하다 청량리세무서에서 7급으로 승진해 영월세무서로 이동했다. 서울에서만 16년 이상을 근무하다 받은 첫 지방발령이었다. 이후부터는 동수원세무서, 중부지방국세청, 안산세무서, 성남세무서 등 서울입성을 하지 못하고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부가가치세 시행으로 인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으나 정작 부가가치세 실무는 보지 못하고 소득세과에서 10년, 재산세과에서 10년, 총무과 4년의 시간을 지냈다. 그는 부가가치세과에서 근무하고 싶었고, 그렇기에 더욱 논문에서 부가가치세를 다룰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분당 맛집으로 유명한 ‘여기 풍천민물장어’

정영래 세무사가 추천하는 맛집은 그의 사무실 세무법인 프라임에서 차로 10분가량 나가야 만날 수 있는 유명한 분당 맛집, ‘여기 풍천민물장어’였다. 경기 성남시 궁내동 대왕판교로에 위치해있는 여기풍천민물장어집은 1등급 국내산 자포니카 장어를 사용하는 알짜배기 맛집이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맛집은 아니지만 소중한 사람과는 반드시 이곳을 찾는다는 정영래 세무사는 맛집을 소개하면서 “처음에는 거래처이기 때문에 찾아왔지만 장어와 맛이 훌륭해 소중한 사람들과 즐겨 찾게 됐다”면서 단골손님 특유의 모습을 보여줬다. 식사자리에 함께한 정 세무사 사무소 직원 역시 종업원들과 가까운 사이였다. 그의 소중한 사람들에는 직원들도 물론 포함돼 있었다.

토실토실한 살이 붙은 장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직원이 구워주며, 황칠농축액(엑기스)를 넣어 만든 특제 소스와 함께 먹으면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정영래 세무사가 추천하는 맛집에서 그와 함께 마주앉아 살아온 인생, 논문을 쓰게 된 배경, 그리고 앞으로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1977년, 부가가치세 시행 그리고 공무원시험 합격

그는 어린 시절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못한 채 서울로 상경했다. 생계를 위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을 볼 당시까지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었다.

그의 형이 서울로 올라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하던 중 건국대에 합격하면서 어려운 가정형편에 자신마저 학교를 다니겠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해 결국 학업을 포기했다. 그렇게 중학교 졸업자격으로 77년 4월 9급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학원비가 없어 독학으로 공무원시험과 병행해 그해 8월 바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해 졸업자격마저 취득했다.

그는 “1977년 그 해는 하나님이 저에게 복을 많이 주신 해”라고 설명했다. 1973년 12월부터 1976년 11월까지 약 3년간 군생활을 보낸 그에게 부모님은 어렵사리 학원비를 보내주시면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것을 권유했다. 그렇게 세 달 동안 공부에 매진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바라왔던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독학으로 취득한 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78년도 한국방송대학교에서 대학공부를 시작해 85년도에 행정학 학사를 취득했고, 2000년 말 성남세무서를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뒤 세무사업을 시작한 2001년에는 형님이 다녔던 건국대 대학원에 들어가 세무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 건국대 행정대학원 세무학 석사…‘부가가치세제의 개선에 관한 연구’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이에 석사 학위에 도전하게 됐다. 현직에서 부가가치세과의 근무 경험이 없었지만 부가가치세과에 근무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고, 부가가치세 제도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의 논문 제목은 ‘부가가치세제의 개선에 관한 연구’이다.

그는 논문에서 부가가치세가 기본적으로 최종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임에도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세법체계에 있어서는 ▲위임입법의 문제에 있어서 엄격성과 제한성이 확보돼야 하고 ▲총칙규정을 재정비하고 보완해야 하며 ▲알기 쉽고 읽기 편한 법으로 조문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세제면에서는 ▲복수세율제도의 도입 필요 ▲세액계산방법에서 전단계거래액공제방법으로 전환 ▲간이과세제도를 폐지하고 일반과세자로 전환 ▲세금합계서의 발행은 하되 매출합계서합계표만 제출 ▲영세율적용과 면세범위 축소 ▲신고서 서식을 간소화하고 첨부서류를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세정면에서는 ▲세적관리 강화와 세무조사의 확대 ▲탈세자와 조세범칙자의 철저한 처벌과 납세교육강화 ▲세무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두 주옥 같은 지적들이다.

◆ 국세공무원의 입장에서 ‘납세자 입장’ 생각하다 세무사의 길까지

그는 현직에서 많은 납세자를 만났고, 납세자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법과 원칙을 따라 과세를 해야 하지만 국가세수만을 위한 억지 과세는 절대 안 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같은 생각은 세무사를 하는 현재까지도 이어졌다.

과세관청과 납세자 사이의 다리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1999년 세무사자격을 취득하기로 결심하고 당시 공부를 위해 안산에서부터 동대문까지 지하철로 두 시간거리를 왔다 갔다하면서 학원을 다녔다. 그리고 2000년 11월 세무사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렇게 공직생활을 마감한 이듬해인 2001년, ‘세무사 정영래사무소’를 개업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사훈으로 ‘정직, 성실, 친절, 봉사’를 내걸어 납세자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끊임없이 고민을 거듭한 결과, 2008년에는 국세청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고, 2009년 납세자의 날에는 기획재정부장관 표창까지 수상했다.

그렇게 세무사 생활을 이어가다 대학 강단에 서서 8년이 넘는 시간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남서울대 외래교수로 활동하면서 생활 속 세금, 그리고 조세판례 등을 가르쳤는데, 당시 학생들을 가르침과 동시에 스스로도 많은 공부가 되면서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힘들게 공부를 해온 만큼 학생들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못한 그는 남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재단에 정기적인 후원도 보내고 있다.

그때 인연을 맺은 학생들과는 아직도 스승의 날과 명절에 안부를 주고받으며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인생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준 것도 아닌데 아직도 문자나 전화를 줘서 고맙고, 특히 세무법인 프라임에서 수습세무사를 한 어린 친구들도 교육을 잘 받았다고 지금도 꾸준히 연락을 주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 세무사, 이제는 천직이나 다름없다

그는 “올해를 시작하면서 인생을 뒤돌아보니, 국세업무를 보아 온지 40년이었다”면서 “세금과 인연을 맺고 40년을 살아왔으니, 남은 생에도 세금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라며 ‘세무사는 이제 천직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무사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세무사회 전산상임이사, 한국세무사석박사회 자문위원, 한양시비엠시 회장 및 이사, 한국시비엠시남부연합회 회장 등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여러 활동과 적극적인 사회봉사활동을 펼쳐왔고, 세무사 이후의 삶은 ‘봉사일 것’이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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