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훈령인 조사사무처리규정의 ‘현지확인’이 세무조사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다.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2005. 4. 16.부터 춘천시 (주소 생략)에서 ‘○○○유통’이라는 상호로 옥제품 도매업체를 운영하면서 고객들에게 옥제품을 판매하였다.

나. 피고 소속 세무공무원은 원고가 현금매출을 누락하는 등의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한다는 제보를 받고는 ‘2008. 12. 18.부터 2008. 12. 26.까지 탈세제보에 관한 현지확인을 하되 그 결과 탈세사실이 확인되면 그 즉시 세무조사로 전환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현지확인계획을 세워 피고로부터 결재를 받았다.

다. 이에 피고 소속 세무공무원 5명은 2008. 12. 18. ‘총 매출금액 누락 여부 확인’이라는 확인 목적이 기재된 ‘현지확인출장증’을 소지하고 원고의 사업장을 방문하여 원고의 직원들로부터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임의로 제출받고 노트와 메모를 점검하여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에 관한 정보 등을 얻거나 2008. 12. 26. 원고로부터 일별판매전표 및 지로판매에 의한 2005년 제1기부터 2008년 제1기까지의 매출금액에 관한 확인서를 작성 받는 등의 현장조사(이하 ‘이 사건 1차 조사’라 한다)를 하였다.

라. 그 결과 피고는 원고가 타인 명의의 계좌로 옥제품 판매대금을 송금받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에 관한 매출을 누락하였다고 보아, ‘조사 대상세목: 부가가치세, 조사대상기간: 2005. 4. 16. ~ 2008. 6. 30., 조사기간: 2009. 2. 2. ~ 2009. 2. 13.’로 한 세무조사(이하 ‘이 사건 2차 조사’라 한다)에 착수하였다가 금융거래확인을 위하여 조사기간을 연장하고 조사유형을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후, 2009. 6. 1. 원고에게 2005년 제1기부터 2008년 제1기까지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국세청 훈령인 조사사무처리규정의 ‘현지확인’이 세무조사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7. 3. 16. 선고 2014두8360 판결)

가. 구 국세기본법(2010. 1. 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81조의4 제2항은 “세무공무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하여 재조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그 각 호에서 예외적으로 재조사가 허용되는 사유로서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제1호),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제2호), ‘2 이상의 사업연도와 관련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제3호) 등을 들고 있다.

한편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2항에 위반하여 같은 세목 및 과세기간에 대하여 중복하여 실시한 세무조사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6. 2. 선고 2004두12070 판결 등 참조).

나. 세무조사는 국가의 과세권을 실현하기 위한 행정조사의 일종으로서 국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기 위하여 질문을 하고 장부․서류 그 밖의 물건을 검사․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며, 부과처분을 위한 과세관청의 질문조사권이 행하여지는 세무조사의 경우 납세자 또는 그 납세자와 거래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 등(이하 ‘납세자 등’이라 한다)은 세무공무원의 과세자료 수집을 위한 질문에 대답하고 검사를 수인하여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 한편 같은 세목 및 과세기간에 대한 거듭된 세무조사는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나 법적 안정성 등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세무조사권의 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조세공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세무조사의 성질과 효과, 중복세무조사를 금지하는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세무공무원의 조사행위가 실질적으로 납세자 등으로 하여금 질문에 대답하고 검사를 수인하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국세청 훈령인 구 조사사무처리규정에서 정한 ‘현지확인’의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과세자료의 수집 또는 신고내용의 정확성 검증 등을 위한 과세관청의 모든 조사행위가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볼 경우에는 과세관청으로서는 단순한 사실관계의 확인만으로 충분한 사안에서 언제나 정식의 세무조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고 납세자 등으로서도 불필요하게 정식의 세무조사에 응하여야 하므로, 납세자 등이 대답하거나 수인할 의무가 없고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하거나 세무조사권이 남용될 염려가 없는 조사행위까지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세무공무원의 조사행위가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조사의 목적과 실시경위, 질문조사의 대상과 방법 및 내용, 조사를 통하여 획득한 자료, 조사행위의 규모와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세무공무원의 조사행위가 사업장의 현황 확인, 기장 여부의 단순 확인, 특정한 매출사실의 확인, 행정민원서류의 발급을 통한 확인, 납세자 등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의 수령 등과 같이 단순한 사실관계의 확인이나 통상적으로 이에 수반되는 간단한 질문조사에 그치는 것이어서 납세자 등으로서도 손쉽게 응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거나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 등에도 큰 영향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로 보기 어렵지만, 그 조사행위가 실질적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납세자 등의 사무실․사업장․공장 또는 주소지 등에서 납세자 등을 직접 접촉하여 상당한 시일에 걸쳐 질문하거나 일정한 기간 동안의 장부․서류․물건 등을 검사․조사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소속 세무공무원이 국세청 훈령인 구 조사사무처리규정에서 정한 ‘현지확인’의 절차에 따라 이 사건 1차조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실질적으로 원고의 총 매출누락 금액을 확인하기 위하여 원고의 사업장에서 원고나 그 직원들을 직접 접촉하여 9일간에 걸쳐 2005년 제1기부터 2008년 제1기까지의 매출사실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질문조사권을 행사하고 과세자료를 획득하는 것이어서,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2차조사는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2항에 따라 금지되는 재조사에 해당하므로 그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과세권 행사와 관련한 최근 대법원 판례의 두드러진 경향과 과제

(1) 절차적 위법에 관한 최근 판례의 경향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보면, 대법원은 조세부과처분에 있어서 절차적 적법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이러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과세관청의 처분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결해 오고 있다.

대법원은 과세전적부심사와 관련하여, 과세관청이 법령이 아닌 국세청 내부의 훈령을 근거로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세금을 부과한 경우 그 부과처분은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처분으로서 위법하다고 판결하였고(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두52326 판결), 그 후 선고된 판결에서는 과세관청이 과세예고 통지 후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나 그에 대한 결정이 있기 전에 과세처분을 한 경우, 그 절차상 하자가 중대ㆍ명백하여 과세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6두49228 판결).

또한 대법원은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국세기본법이 정한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하여 과세자료를 수집하고 그에 기하여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어긴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여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에 있어서도 적법절차를 준수할 것을 밝혔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911 판결).

대법원은 중복조사와 관련하여서도 과세관청이 법령에 따른 절차를 엄격하게 준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동일 납세의무자, 동일 과세기간, 동일 세목(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에 대해 중복하여 조사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두12062 판결). 나아가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동일 납세의무자의 특정 사업연도(과세기간) 중 일부 항목에 대한 세무조사를 한 이후 다시 동일한 사업연도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면서 종전 세무조사에서 조사한 항목을 제외하고 다른 항목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더라도 이러한 세무조사는 국세기본법에서 금지하는 중복조사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중복 세무조사에 따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두6206 판결).

한편, 최근 대법원은, 세무조사가 과세자료의 수집 또는 신고내용의 정확성 검증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익 등 부정한 목적을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 그러한 세무조사에 의하여 수집된 과세자료를 기초로 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두47659 판결).

(2) 관련 문제

대법원이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부과처분을 취소한 이후에 남는 과제는 과세관청이 그러한 절차적 위법을 시정하여 재처분을 할 수 있는지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위 2015두52326 판결에서와 같이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아니하여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박탈한 채 이루어진 부과처분이 위법하여 취소되었다고 할 때 그 이후 과세관청이 특례제척기간 내(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2항)에 과세예고통지를 하고 부과처분을 하면 그 부과처분은 적법한 처분이 되는 것인지, 그리고 위 2016두49228 판결에서 지적된 위법절차를 시정하여 다시 과세전적부심사 기회를 부여한 후 부과처분을 하면 그 부과처분은 하자가 치유되는 것인지 등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납세고지서의 필요적 기재사항을 누락하는 것과 같은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부과처분이 취소된 경우 처분청은 다시 납세고지서의 누락사항을 기재한 고지를 하는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새로운 처분을 할 수 있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두16493 판결 등).

그러나 위법한 중복조사나 대상 판결을 비롯하여 세무조사선정절차상의 위법을 이유로 부과처분이 취소된 경우 과세관청이 다시 세무조사를 할 수는 없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과세관청이 새로운 부과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위법하게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아니하였다거나 대상 판결과 같이 과세전적부심사 기회를 박탈하고 부과처분을 한 경우 다시 적법한 절차를 거쳐 부과처분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문제이다.

위 2016두49228 판결의 사안과 같이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부과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는 경우까지 다시 재처분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납세자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 과세관청은 세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처분을 한 다음, 그것도 납세자가 불복하는 경우에 한하여 위법하다는 이유로 처분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다시 세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 동일한 내용의 처분을 할 수 있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납세자가 불복하지 않으면 과세관청이 세법을 무시하고 위법한 처분을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세법이 보장한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처분이 취소된 경우에는 특례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없고, 따라서 새로운 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국세청의 조사실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무상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따른 제한을 받지 않고 국세청 훈령인 조사사무처리규정에 따라 현지확인을 통하여 사실상 세무조사와 동일한 효과를 누려왔다. 그런데, 대상 판결이 이러한 국세청의 관행에 적극 제동을 건 것이다.

이제는 조사사무처리규정에 따른 현지확인이라고 하더라도 대상 판결이 제시한 기준, 즉 현지확인이 “실질적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납세자 등의 사무실․사업장․공장 또는 주소지 등에서 납세자 등을 직접 접촉하여 상당한 시일에 걸쳐 질문하거나 일정한 기간 동안의 장부․서류․물건 등을 검사․조사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로 보게 될 것이다.

이와 달리 현지확인이 “세무공무원의 조사행위가 사업장의 현황 확인, 기장 여부의 단순 확인, 특정한 매출사실의 확인, 행정민원서류의 발급을 통한 확인, 납세자 등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의 수령 등과 같이 단순한 사실관계의 확인이나 통상적으로 이에 수반되는 간단한 질문조사에 그치는 것이어서 납세자 등으로서도 손쉽게 응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거나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 등에도 큰 영향이 없는 경우”에는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서 제외될 수 있다.

앞으로 실무상 ‘현지확인’이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관련한 많은 다툼이 예상된다.

대상 판결은 그동안 특별한 제한 없이 이루어져 오던 국세청의 ‘현지확인’에 대해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에 관한 엄격한 절차를 적용하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힌 판결이고, 이에 따라 명목이 ‘현지확인’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질적으로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함으로써 국세청의 조사관행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판결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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