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부동산 거래는 세무 당국의 날카로운 감시망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부모와 자식, 혹은 배우자 사이의 거래는 기본적으로 ‘증여’로 의심받기 때문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세법은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명백히 입증되면 이를 정상적인 ‘유상취득’으로 인정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납세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무서운 ‘단서 조항’이 숨어 있습니다. 특히 이 엄격한 잣대가 2026년 1월 1일부터 취득하는 재산에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가족 간 거래를 계획 중인 납세자들 앞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입니다.

먼저 문제의 핵심이 되는 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지방세법 [법률 제21308호, 2025. 12. 31. 일부개정] 취득세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7조(납세의무자 등) ⑪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의 부동산 등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증여로 취득한 것으로 본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취득한 부동산 등 전체를 유상으로 취득한 것으로 본다.

4. 해당 부동산 등의 취득을 위하여 그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의하여 증명되는 경우. 다만, 그 대가가 제10조의2 제1항에 따른 시가 인정액보다 낮은 경우로서 그 대가와 시가 인정액의 차액이 3억 원 이상이거나 시가 인정액의 100분의 30 이상인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이 법령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배우자 등에게 양도한 재산의 증여 추정' 규정을 가져오면서, 같은 법의 '저가 양수도에 따른 이익의 증여' 기준 금액을 교묘하게 섞어서 납세자에게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잣대를 들이대는 비상식적인 세법 규정입니다.

■ 저가 양도 규정의 세 가지 모순점

지방세법 제7조 제11항 제4호 단서에 따르면, 대가 지급 사실이 입증되더라도 그 대가가 시가보다 낮고 차액이 3억 원 이상이거나 시가의 30% 이상이라면 유상취득 인정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즉, 원칙으로 돌아가 ‘부동산 전체’를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해 취득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입니다.

만약 시가와 실제 거래가액의 차이가 3억 1원이거나, 시가의 69% 가격으로 매매 대금을 제대로 지급한 저가 양수도를 진행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과연 부동산 전체를 증여로 보아 세금을 매기는 것이 합당할까요?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첫째, 실질과세의 원칙 정면 위배

세법의 대원칙인 '실질과세의 원칙'은 거래의 외관이나 형식이 아닌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금융 거래 내역 등을 통해 수억 원의 대가 지급 사실이 명백히 증명되었다면, 그 자금이 이동한 부분의 실질은 명백한 ‘유상취득’입니다.

시가와의 차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납세자가 이미 치른 대가마저 '무상 취득'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국가가 사실관계를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실질과세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처사입니다.

둘째, 단 1원 차이로 세금 폭탄이 터지는 ‘문턱 효과

특정 기준을 조금 넘었다고 해서 거래의 본질이 180도 뒤바뀌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앞선 사례에서 시가와의 차액이 2억 9,999만 원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전체가 유상취득으로 인정되어 일반 취득세율 1~3%을 적용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차액이 3억 원을 1원이라도 넘기는 순간, 전체가 증여 취득으로 추정하여 다주택자 중과 시 최고 12%에 달하는 징벌적 증여 취득세율을 맞을 수 있습니다. 불과 1원의 거래가액 차이가 수천, 수억 원의 취득세 차이로 돌아오는 기형적인 구조입니다.

셋째, 국세와 지방세의 엇박자가 부르는 납세자 혼란

국세청이 과세하는 ‘증여세’와의 괴리도 심각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자금 출처가 입증된 부분은 '양도'로 인정하고, 입증하지 못한 금액은 '증여'로 보아 합리적으로 나누어 과세합니다.

반면 지방세인 취득세는 “일정 기준 이상 싸게 샀으니, 네가 입증한 금액을 모두 무시하고 100% 무상 증여로 취득세를 내라”고 으름장을 놓는 격입니다. 동일한 경제적 사건을 두고 전혀 다른 논리를 들이미니 국민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잣대를 거둬야 할 때

가족 간 허위 거래를 통한 조세 회피를 막겠다는 입법 취지는 이해 하지만, 대가 지급이 명확히 입증되었다면, 실제로 지급한 금액 만큼은 ‘유상취득’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 입증 금액만 ‘무상 증여 취득’으로 보아 과세하는 ‘안분 과세’ 방식이 반드시 도입되어야 합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이 가혹한 조항은 가족 간 정상적인 자산 이전마저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될 것입니다. 조세 행정의 편의주의가 납세자의 정당한 권리와 경제적 실질을 앞설 수는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합리적인 방향으로의 법령 재정비가 시급합니다.

[박영범 세무사 프로필]

박영범 세무사
박영범 세무사

△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 국세청 32년 근무
△ 국세청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4국 근무
△ 네이버카페 '한국절세연구소'운영
△ 국립세무대학 졸업

저작권자 ©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