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현 중앙회장 횡령 및 금품수수 혐의 직선제 도입 ‘도화선’

정치적 과열양상 우려, 선거비용 증가는 과제…“투명한 선거환경 조성”

소수 조합장 중심의 간접 선거로 폐쇄적 구조와 금품 선거 등 각종 비위 의혹을 낳았던 농협중앙회 선거 제도가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바뀔 전망이다. 차기 선거부터는 약 187만명이 1인 1표로 투표에 참여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농협 지배구조 전반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전체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일 기존의 조합장 간접선거 방식을 폐지하고, 187만 명의 전체 조합원이 직접 투표로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직선제는 2028년 3월 선거부터 적용되며 차기 회장 임기를 3년으로 조정해 2031년부터는 조합장 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무자격 조합원 정비와 연례 실태조사 의무화도 병행된다. 이번 개편은 조합원 참여를 확대해 대표성과 민주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그동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약 1110여명의 전국 조합장이 참여하는 간접선거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이 방식은 선거 비용 절감과 효율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대표성 부족과 폐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직선제 선거 도입에 따른 선거 비용 증가는 과제로 떠오른다. 기존 약 4800만원 수준이던 선거 비용은 직선제 도입 시 170억~190억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며, 정부는 조합장 선거와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개혁의 성패는 직선제 도입 그 자체가 아니라 권력 집중을 막는 견제 구조와 선거의 질을 담보하는 제도적 설계에 달려 있다. 그동안 '농민 대통령'으로 불린 중앙회장의 막강한 권한에 비해 내부통제와 견제 장치가 미비했고, 보은 인사나 예산 오남용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최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선거 답례품으로 재단 사업비 4억9천만원을 사용하고, 취임 1주년을 기념한 황금열쇠를 받는 등의 횡령 및 금품수수 혐의로 수사 의뢰되면서 등 고위직의 도덕성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이번 선거 제도 개편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정부는 농협 이사회 기능 강화와 사외이사 확대, 퇴직자의 중앙회 및 계열사 재취업 제한 등을 통해 견제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피선거권 요건을 강화해 후보 난립과 선거 정치화 가능성도 차단할 계획이다.

직선제 도입과 동시에 권한 분산 장치를 병행해 권력 집중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조합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금권선거 문제를 심화시켜 왔던 현행 구조에서 직선제 전환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중앙회장을 약 200만 조합원이 직접 선출함으로써 ‘조합원을 위한 진짜 농협’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개편안에 대해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등 일부에서는 선거의 정치화나 과열을 우려하며 현장 농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거 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그간 제기됐던 금품 로비와 밀실 담합 선거는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에 농협의 조직문화가 한꺼번에 바뀔 것이란 기대되지 않는다. 건전한 조직문화를 뿌리내려 진정한 농협으로 거듭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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