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1) 소외 회사는 무기 자체발광물질(Electro-Luminance)의 생산․납품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서 1999. 4. 28. 설립되어 2007. 10. 25.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었고, 원고는 소외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이다.
(2) 소외 회사는 모토로라 휴대폰에 장착되는 무기 자체발광물질의 제품생산 및 회사 운영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하여 2005. 12. 6. OO네트워크 주식회사(이하 ‘OO네트워크’라고 한다)와 권면총액 5억 원, 만기일 2008. 11. 30., 사채 이율 연 8%, 전환가격은 권면가액의 6.2배, 전환청구기간은 사채발행일부터 상환일까지(단 전체 발행액 중 70%는 2007. 6. 1.부터 전환할 수 있음)로 하는 내용의 전환사채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2005. 12. 9. OO네트워크에 권면총액 5억 원의 전환사채(이하 ‘이 사건 전환사채’라고 한다)를 발행하였다.
위 전환사채 인수계약 제20조의2에 의하면 ‘소외 회사 및 원고는 이 사건 전환사채에 대해 2007. 5. 31.까지 OO네트워크에 조기상환을 요청할 수 있고, OO네트워크는 발행액의 70% 한도 내에서 반드시 응하되, 조기상환액은 투자원금과 발행일부터 상환완료일까지의 기간까지 연복리 10%를 적용하여 산출한 이자금액의 합계액으로 하며, 상환일까지 지급된 이자는 차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3) 원고는 2006. 12. 29. 위와 같은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여 OO네트워크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 중 권면총액 3억 5,000만 원 상당을 3억 5,000만 원에 양수하였고, 2008. 11. 18. 3억 5,000만 원 전부에 대해 전환권을 행사하여 112,903주의 우선주를 수령하였으며, 2008. 11. 20.에는 이를 보통주 291,289주로 전환․취득하였다.
(4) 그런데 피고는 2011. 7. 7. 원고가 2008. 11. 20. 위 보통주 291,289주 중 원고의 소유 주식비율을 초과하여 인수․취득한 부분에 대하여 당시 주가 1,675원과 전환가액 1,201원의 차액 상당을 증여받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증여세를 결정․고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전환사채의 전환권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얻은 차익에 대해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두3270 판결)
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2조는 제1항에서 타인의 증여로 인한 증여재산이 있는 경우에 그 증여재산을 증여세의 과세대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3항에서 “증여라 함은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에 불구하고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타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에 의하여 무상으로 이전(현저히 저렴한 대가로 이전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는 것 또는 기여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항에서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2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에 의하여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인 실질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제3항의 규정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에서 2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에 의하여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 경제적인 실질에 따라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하도록 규정한 것은,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거래를 우회하거나 변형하여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침으로써 증여의 효과를 달성하면서도 부당하게 증여세를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부인하고 실질에 따라 증여세의 과세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태양 중 하나를 증여세 차원에서 규정하여 조세공평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하며(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963 판결 등 참조), 또한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에는 손실 등의 위험 부담에 대한 보상 뿐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이나 행위 등이 개입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만을 가지고 그 실질이 증여 행위라고 쉽게 단정하여 증여세의 과세대상으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을 비롯한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소외 회사는 제품생산과 회사 운영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거래 은행 등 금융기관과 투자업체들에게 대출을 요청하였으나 그때까지 매출액 규모가 미미한 중소기업이고 사업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거절당하였고, 결국 그 전에 소외 회사에게 투자하였던 OO네트워크만이 전환사채 인수계약의 조건과 계약서 초안 작성을 모두 자신이 한다는 조건으로 대출의사를 밝혀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전환사채 발행은 그 자체로 사업상 목적이 있는 거래이다.
(2) 이 사건 전환사채 인수계약의 조기상환권은 다른 계약 내용과 마찬가지로 OO네트워크의 주도로 정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투자 상황 등 제반 여건과 당사자간 협의에 따라 부여될 수 있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OO네트워크로서는 조기상환권 부여를 통하여 연복리 10%의 이자수익을 확보하면서 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소외 회사와 원고로서도 시설 투자를 위한 단기자금을 확보하고 전환사채 인수계약에 따른 경영상의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으며, 실제로 소외 회사는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 시점부터 조기상환권 행사 시점까지 1년 남짓 동안 OO네트워크의 자금을 회사 운영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이에 비추어 보아도 조세회피목적 외에 별다른 사업상 목적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원고가 이 사건 전환사채 인수계약의 조기상환권을 행사할 당시인 2006. 12.경 소외 회사는 회사운영자금이 부족하여 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소외 회사가 조기상환권 행사를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단독으로 조기상환권을 행사하도록 하여 이 사건 전환사채 중 70%를 취득하게 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3) 또한 이 사건 전환사채의 전환비율은 특수관계가 없는 소외 회사와 OO네트워크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전환사채 인수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소외 회사의 2005 사업연도 사업실적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결정되었고, 이 사건 전환사채의 전환가액 역시 소외 회사와 OO네트워크의 협상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결정되었다.
한편 소외 회사의 1주당 주가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후인 2007. 10. 29.경 7,650원이었으나 점차 하락하여 2008. 11. 20.경에는 1,695원, 2008. 11. 25.경에는 1,400원, 사채만기일인 2008. 11. 30.경에는 1,755원이 되었고, 원고는 2008. 11. 20. 이 사건 전환사채를 1주당 1,201원에 보통주로 전환․취득하였다.
(4) 이러한 조기상환권 및 전환권의 행사에 따라 전환차익이 발생하였지만, 이는 원고가 소외 회사의 환차손, 영업활동의 부진 또는 거래처의 부실에 따른 신용위험 등으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을 감수하였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이에 더하여 이 사건 전환사채 발행으로 인한 자금조달과 코스닥시장 상장 및 경영개선 노력 등을 통하여 주가가 상승함에 따라 발생한 결과이다. 그리고 이 사건 전환사채 발행 당시에 소외 회사는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코스닥 상장 후 1년간 주가가 상당히 하락하였음을 고려하면, 그 발행 시부터 이미 원고의 조기상환권 행사가 확실하였다거나 소외 회사의 주가 상승이 충분히 예상된다고 단정할 근거도 부족하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처음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발행과 조기상환권 및 전환권 행사라는 일련의 행위를 통하여 소외 회사의 신주를 취득하여 전환차익을 얻을 것을 예정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결국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가 처음부터 소외 회사의 주가 상승을 예정하고 소외 회사의 대주주인 원고에게 주가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과다하게 분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그 수단으로 이용된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5)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부터 원고의 조기상환권 및 전환권 행사에 따른 소외 회사 신주취득까지 약 2년 11개월의 시간적 간격이 있는 일련의 행위들이 별다른 사업상 목적이 없이 증여세를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하여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진 행위로서 그 실질이 소외 회사의 대주주인 원고에게 그 소유주식비율을 초과하여 신주를 저가로 인수하도록 하여 시가와 전환가액의 차액 상당을 증여한 것과 동일한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이에 대하여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관련 판결
대상 판결이 선고된 이후 나온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두46963 판결은 합산과세로 인한 증여세 누진세율의 적용을 회피하고자 증여자들이 상대방의 후손들에게 교차증여를 한 경우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의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여 자기의 직계후손에게 직접 증여한 것으로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긍정적으로 판시하였다.
즉, 대법원은, ‘소외 2가 원고 8과 원고 9에게 소외 회사 주식 합계 16,000주를 증여한 것과 소외 3, 소외 1이 원고 1 외 6인에게 소외 회사 주식 합계 16,000주를 증여한 것은 증여자들 사이에 상대방의 직계후손에게 동일한 수의 동일 회사 주식을 교차증여하기로 한 약정에 따른 것으로서, 약정 상대방이 자신의 직계후손에게 주식을 증여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증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건 교차증여로써 증여자들은 자신의 직계후손에게 소외 회사 주식을 직접 증여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으면서도 합산과세로 인한 증여세 누진세율 등의 적용을 회피하고자 하였고, 이러한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교차증여 약정을 체결하고 직계후손이 아닌 조카 등에게 주식을 증여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소외 2와 소외 3, 소외 1은 각자의 직계비속인 원고들에게 소외 회사 주식을 증여하면서도 증여세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 아래 그 자체로는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이 사건 교차증여를 의도적으로 그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교차증여는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에 따라 그 실질에 맞게 재구성하여 소외 3, 소외 1의 원고 1 외 6인에 대한 각 증여분은 소외 2가 위 원고들에게 직접 추가로 증여한 것으로, 소외 2의 원고 8, 원고 9에 대한 각 증여분은 소외 3, 소외 1이 위 원고들에게 직접 추가로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실질과세 원칙에 관한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의 법리를 최초로 확인해 준 판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편, 대상 판결에서는 대법원이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의 적용을 부정하였으나, 그 이후 선고된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두46963 판결에서는 위 규정의 적용을 긍정하였다.
이런 점에서 증여세와 관련한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에 관한 위 2개의 판결과 비교·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